[새영화] 잘 만들어진 최악의 저질 영화?

이것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장실 낙서이자 관객에 대한 안하무인의 결정판이다. 후려치고 내던지고 깨부수며, 찌르고 후벼 파서 물어뜯는 것을 '액션'으로 잘못 배운 감독의 천박무도한 연출은, 할리우드의 무례함이 도를 지나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기술과 손재주는 뛰어나니, '잘 만든 최악의 영화'라고 할까.

5일 개봉한 '왓치맨'은 '300'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공상과학 영화다. 동명의 미국 만화책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으로, 갖가지 초능력을 지닌 수퍼 히어로들이 자신들을 포함해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음모를 발견하고 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만화에 열광한 소수 집단을 위한 비공개 모임용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어렵고 지루하며 길다(러닝타임이 2시간41분이다). 물론 '수퍼맨' 유의 통쾌한 권선징악 영화도 아니고 '다크 나이트'처럼 궤도를 조금 이탈한 영웅담도 아니다.

'왓치맨'은 영화의 매체 특성을 만화와 혼동한 채 초고속으로 질주한 극단적 선례로 남을 것이다. 만화에서는 냉전 시대를 더 냉(冷)하게 쏘아보는 철학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가볍고 천하며 볼썽사납다.

이 영화는 '소리의 폭력성'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 좋은 텍스트다. 머리통을 벽에 짓찧거나 발로 걷어찰 때 나는 효과음은 점도(粘度)가 매우 높다. 듣는 것만으로도 물 끼얹은 맨살에 가죽채찍을 맞는 듯 얼얼하다.

감독은 암시나 상징 없이 모든 상황을 모두 묘사하며 폭력성을 극대화했다. 유괴된 여자아이가 괴한에게 난자(亂刺)당한 것을 암시한 바로 다음은, 놀랍게도 개 두 마리가 사람 다리를 물어뜯어 당기는 장면이었다. 희생을 이렇게 묘사한 감독이 선택한 복수 장면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CF 작품들로 유수 광고제에서 상을 여럿 탄 사람이다. 그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보다, 돈줄 쥔 광고주의 통제를 받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