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1집 반 승

〈제14보〉(191~219)=결과부터 말해 이 바둑은 장장 266수에 이르는 장기전 끝에 백의 1집 반 승으로 끝났다. 마지막 마무리 때 우변에서 반패(半覇)가 났는데, 흑이 앞서 시간 연장책으로 숱한 팻감을 소진하지 않았더라면 정확히 반 집을 지는 바둑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반 집'은 이창호의 트레이드마크 아니었던가. 물론 그 경우 '반 집'은 '이창호 승'을 뜻했다.

마무리 수순을 마저 점검해 보자. 191, 193은 참고1도의 수순이 더 좋아 보이지만 8을 빼앗기게 돼 득이 없다. 199 때 백이 200을 소홀히 했다간 당장 수가 난다. 참고2도 9까지 흑 3점이 살아가는 것. 207로는 '가'에 먼저 젖히고 싶으나 백은 208과 209 교환 후 210자리로 먹여치고 '나'를 차지할 것이다(백 210 때 흑은 '다'로 따낼 수밖에 없다).

210은 4집짜리로 반상(盤上) 최대. 이후는 평범한 잔 끝내기들이므로 219수에서 끊는다. 저승사자처럼 휘감겨 오던 초읽기 소리가 뚝 그치면서 계가에 들어갔다. 반면(盤面) 5집의 결과가 의외였던 듯 이창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구리의 상기된 표정 틈새로 기쁨이 송송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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