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추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그들의 섹스'

일반 극장에서 개봉하게 해 달라고 대법원까지 법정 투쟁을 벌였던 영화 '숏버스(12일 개봉)'는 선정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온갖 종류의 섹스 장면이 등장하지만 주요 장면은 모두 부옇게 가렸다. 흥분을 유도하지 않기에 포르노도 아니며 카메라가 몸의 선(線)을 훑지 않으므로 에로티시즘도 아니다. 지독히 사실적으로 그려진(실제 배우들이 성행위를 하며 찍은) 이 영화는 추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영화도 아니다.

뉴욕 클럽 '숏버스'에는 성적(性的) 불만족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남녀들이 모인다. 섹스 트러블을 상담하지만 정작 한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없는 여자, 권태기를 맞은 게이 커플, 게이임을 숨겨 왔던 전직 뉴욕시장도 모인다. 과격하고 변태적인 섹스가 난무하는 클럽에서 이들은 차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영화 초반에 한 남자가 사출한 정액이 벽에 걸린 잭슨 폴락 그림에 철썩 붙어 흘러내린다. 폴락이 튀기거나 흩뿌린 물감들과 정액은 이내 구분이 되지 않는다. '성적 소수'라는 인문학적 용어로 포장됐으나 사실상 변태 취급받는 이 영화 주인공들의 말 없는 웅변이 담긴 장면이다. 그들은 오르가슴을 "나와 상대방의 에너지가 융합해 얻어지는 진정한 평화의 상태이자 신들과의 대화"라고 정의한다. 뭔 조합과 체위인들 못 해보랴.

명 음악영화 '헤드윅'을 연출한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전 관객의 컬트화'를 원하는 모양이다. 어떤 이들에겐 이 영화가 동굴 속 빛일 수 있겠지만 많은 이들에겐 분명 역겨울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매력은 미국 인디밴드 욜라 텡고(Yo La Tengo)가 맡은 영화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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