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세기의 대결

〈제1보〉(1~18)=국제 바둑제전 사상 최고의 빅 매치라고들 했다. 현역 세계3관왕끼리의 대결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했던 황금 카드다. 앞으로도 이런 조합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세계바둑은 한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고, 그 두 나라 바둑계를 철권 통치(?) 중인 1인자끼리 마주했으니 모두 흥분할 만도 했다. 2월 23일 백담사. 온 세계 바둑 팬들의 눈과 귀가 일제히 이 유서 깊은 사찰로 향한 가운데 역사적 대결이 시작됐다.

이세돌이 백 돌을 한 움큼 쥐어 바둑판 위에 놓고 오른손으로 덮자 구리가 흑 돌 2개를 올려놓는다. 백 돌을 2개씩 짝지어 놓자 남는 돌이 없다. 홀짝을 맞혀 선택권을 갖게 된 구리,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흑을 택한다. 어쩌면 여기서 이번 결승 3번기의 운명이 결정지어졌는지도 모른다.

6의 갈라침을 기다려 7 이하 11까지 밀어붙이는 포석은 구리의 '기호품' 중 하나다. 13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 쪽에서 다가가는 수가 많았다. 17까지는 흔히 나오는 포진. 여기서 9분간의 초반 장고 끝에 18이 떨어졌다. 참고도 1에 붙여 10까지의 상형(常型)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초반에 신수(新手)를 당하게 되면 의도 파악을 위해 긴장하기 마련. 구리가 신중한 자세로 장고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