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도 않는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변신

할리우드가 세계 영화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 이유는 수 십년 동안 꾸준히 생산된 히어로물 덕분이다. 하지만 그간 지구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 물 샐 틈 없이 활약했던 히어로들은 이제 서서히 지쳐가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고만고만한 적과 비슷한 패턴의 공격과 방어가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이제 할리우드 히어로물은 서서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징후는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스파이더맨은 다혈질 상사에게 착취당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이고, 배트맨은 그 비싼 돈을 들여가며 내가 왜 영웅 노릇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은 이도 저도 지겨워서 아예 화성으로 가 눌러 앉았다. 이렇게 다른 히어로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묻기 시작한 요즘, 비교적 철 없는 어린 히어로들이 왔다.

크리스 에반스, 다코타 패닝, 카밀라 벨 등 작품보다는 ‘파파라치 샷’에서 더욱 친숙한 풋풋한 청춘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푸시(Push)’ 속 능력자들은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 달리, 비교적 ‘쿨’하고 약간의 유머 감각도 있으며 다소 어리숙하기까지 하다. 부모로부터 특별한 재능을 물려받은 이 어린 초능력자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채 연마하기도 전에 국가의 무시무시한 비밀기관으로부터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벅찬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전지전능한 슈퍼히어로의 위용에 압도될 필요가 없으며, 점점 자폐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히어로들의 갈등과 고뇌에 동참할 필요도 없다. 그저 풋풋한 신세대 스타들이 서투르지만 재기 넘치게 적들을 물리치는 과정을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이들이 가진 재능은 누구나 한번쯤 갖고 싶었던 아주 실용적인 능력들이다. 손을 대지 않고도 마음 먹은 대로 사물과 사람 등을 움직이게 하는 ‘무버(mover)’와 타인의 생각과 기억을 조종하는 ‘푸셔(pusher)’,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왓쳐(watcher)’ 등 매력적인 초능력들이 관객들의 소박한 욕망을 자극한다.

‘다크 나이트’ 같은 히어로물이 있다면 ‘푸시’ 같은 상큼한 히어로물도 필요하지 않을까. 히어로물의 변종은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계속 파생돼 나올 것이다. 판타지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이 지치지 않는 한 말이다.

3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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