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비상(非常)사태

〈제2보〉(19~30)=산골의 날씨는 바둑의 수(手) 못지않게 변화무쌍하다. 청명하던 백담사 계곡에 새벽 5㎝가량의 눈이 쌓였다. 숙소인 만해마을에서 백담사까지는 7㎞ 거리 1차선 산길 도로를 올라가야 한다. 사찰측이 특수차량 6대를 동원하는 등 미리 대비하지 않았더라면 행사가 불가능할 만큼 '비상사태'였다. 한바탕 소란 끝에 고즈넉한 무산장실(霧山長室)에서 대국이 무사히 시작됐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은백(銀白)의 세계가 장엄하다.

결국 가장 평범한 19로 받았다. 20으론 21자리 삼삼 침입도 생각할 수 있지만 외곽 흑이 너무 두터워진다. 21은 당연한 방향. 27까지 이런 정도로 보인다. 28이 앞서 ?V에 이어 또다시 등장한 날렵한 일착. 참고1도 1 이하로 엷음을 추궁해 들어와도 백은 8까지 가볍게 타개해 버릴 생각이다.

흑의 철저한 실리추구 노선이 벌써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집을 챙기고 타개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미리 세우고 나온 게 분명하다. 29의 걸침에 백의 응수가 또 어렵다. 참고2도 백 1이면 훗날 흑 A의 어깨짚는 삭감수가 안성맞춤. 그래서 30이 등장했다. 백으로선 슬슬 집의 균형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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