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Welcom to Why?] "반가사유상 미소는 또 하나의 모나리자 미소죠"
입력 : 2009.03.14 03:34 | 수정 : 2009.03.14 22:43
일본에서 '백제의 美' 전시 중인 사진작가 준초이
'백제의 미(美)'. 이런 제목으로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규슈(九州)국립박물관에서 사진전이 시작됐다. 지난 10일 미야자키(宮崎)박물관으로 이동한 사진전은 마지막 구마모토(熊本)미술관을 거쳐 규슈 순회를 마무리한다.
한국 사진작가 준초이(본명 崔明準·57)가 국보급 백제 유물을 사각의 카메라 앵글로 재해석한 초대형 사진 작품들이다. '백제의 미소'를 대표하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 사진 4점, 백제금동대향로 사진 4점, 나한과 인물상 사진 3점과 백제의 고을이던 충남 서산의 풍광을 담은 작품들이 벽면을 메웠다.
작가 준초이에게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을 물었다. 그는 반가사유상, 그중 불상의 온화한 얼굴을 화면 가득 부각시킨 사진 앞에 섰다. "빛을 통해 절묘한 선이 드러납니다. 눈썹에서 코, 입술로 이어지는 황금 비율의 곡선이지요. 이름 없는 백제인이 혼을 던져 만들어낸 선입니다. 서양의 미소가 모나리자라면 '백제의 미소'는 세계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미소, '어너더 스마일(another smile)'이 아닐까요."
한국 사진작가 준초이(본명 崔明準·57)가 국보급 백제 유물을 사각의 카메라 앵글로 재해석한 초대형 사진 작품들이다. '백제의 미소'를 대표하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 사진 4점, 백제금동대향로 사진 4점, 나한과 인물상 사진 3점과 백제의 고을이던 충남 서산의 풍광을 담은 작품들이 벽면을 메웠다.
작가 준초이에게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을 물었다. 그는 반가사유상, 그중 불상의 온화한 얼굴을 화면 가득 부각시킨 사진 앞에 섰다. "빛을 통해 절묘한 선이 드러납니다. 눈썹에서 코, 입술로 이어지는 황금 비율의 곡선이지요. 이름 없는 백제인이 혼을 던져 만들어낸 선입니다. 서양의 미소가 모나리자라면 '백제의 미소'는 세계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미소, '어너더 스마일(another smile)'이 아닐까요."
관객들 역시 '백제의 미소' 앞에 몰려 있었다. 불상을 공부한다는 노자키 후미타카(野崎章隆)씨는 "번뇌에서 해탈로 가는 순간, 교토(京都) 고류지(廣隆寺)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번뇌 쪽에 가깝다면 이 작품은 해탈 쪽에 가깝지 않을까? 훔쳐가고 싶은 미소"라고 했다. 고류지의 반가사유상은 신라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실을 찾은 일본의 인간국보(문화재) 나카시마 히로시(中島宏)씨는 "(준초이의) 조명이 일본 도예의 원류인 백제의 미를 훌륭히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백제의 미소'를 일본에 불러들인 사람은 규슈국립박물관진흥재단 히로사키 야스쿠니(廣崎靖邦) 전무이사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 처음 준초이의 사진 작업을 접했을 때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불상이 머금은 백제의 미소가 작가의 시각을 통해 선명히 다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일본에서도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측은 전시 비용을 부담하고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전시실을 골라 관객들에게 무료 개방했다.
기획 의도를 묻자 준초이는 뜻밖에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적극적인 공무원" 이야기를 꺼냈다. 이내옥(李乃沃) 현 국립대구박물관장으로, 그는 2005년 준초이가 사진 작업을 시작할 당시 백제의 유산을 보존한 국립부여박물관 관장이었다.
"이 관장이 백제의 유물을 사진에 담자는 제의를 했지요. 하지만 박물관이 생각하는 비용 이야기를 듣고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거절했습니다. 몇 년 후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요구한 금액의) 절반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의 열정에 돈은 생각하지 않고 응했습니다."
이 관장은 "명품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박물관에 있는 것이 진짜 명품 아닌가. 백제가 남긴 영원한 명품을 도록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제를 알리기 위해 상업성을 접목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준초이를 찾았습니다." 준초이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 광고를 만들면서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받은 상업 사진계의 거성이다.
준초이에게 허락된 반가사유상 촬영 기회는 한번이었다. 빛의 각도를 바꾸면서 셔터를 누르고 눌렀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을 얻지 못했다. 다시 촬영을 요청했다. 이렇게 만들어낸 사진 컷이 다른 유물을 포함해 총 7000여점이다. 이 중 100여점을 골라 2007년 초 도록 '백제'(한길사)를 만들었다. 500부 한정판으로 가격 200만원을 책정해 출판계에 화제를 모았다.
일본 통산성(현 경제산업성)은 1998년 나라(奈良) 호류지(法隆寺)가 소장한 '목조관음보살입상'의 색채를 영상으로 복원했다. 통칭 '백제관음'으로 유명한 이 불상은 일본의 국보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국보로 꼽힌다.
당시 일본 민영방송이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색채 재생을 통해 되살아난 백제의 미소였다. 3차원 영상을 통해 천년 전 미소를 복원시킨 것이다. 일본은 환호했다.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훌륭함과 비루함, '조힌(上品)'과 '게힌(下品)'의 엄격한 기준으로 각인된 '구다라(백제의 일본 이름)' 문화의 극치가 일본 기술력을 통해 복원됐다는 주장이었다.
준초이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간명하게 표현했다. "있는데도 못 만드는 경우가 있고 없는데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은 비록 남의 문화재이지만 끝없는 작업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반면, 한국은 빛나는 문화재에 가치와 의미를 덧씌우는 작업에 인색하다는 뜻이었다.
'백제의 미소'를 일본에 불러들인 사람은 규슈국립박물관진흥재단 히로사키 야스쿠니(廣崎靖邦) 전무이사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 처음 준초이의 사진 작업을 접했을 때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불상이 머금은 백제의 미소가 작가의 시각을 통해 선명히 다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일본에서도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측은 전시 비용을 부담하고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전시실을 골라 관객들에게 무료 개방했다.
기획 의도를 묻자 준초이는 뜻밖에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적극적인 공무원" 이야기를 꺼냈다. 이내옥(李乃沃) 현 국립대구박물관장으로, 그는 2005년 준초이가 사진 작업을 시작할 당시 백제의 유산을 보존한 국립부여박물관 관장이었다.
"이 관장이 백제의 유물을 사진에 담자는 제의를 했지요. 하지만 박물관이 생각하는 비용 이야기를 듣고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거절했습니다. 몇 년 후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요구한 금액의) 절반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의 열정에 돈은 생각하지 않고 응했습니다."
이 관장은 "명품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박물관에 있는 것이 진짜 명품 아닌가. 백제가 남긴 영원한 명품을 도록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제를 알리기 위해 상업성을 접목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준초이를 찾았습니다." 준초이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 광고를 만들면서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받은 상업 사진계의 거성이다.
준초이에게 허락된 반가사유상 촬영 기회는 한번이었다. 빛의 각도를 바꾸면서 셔터를 누르고 눌렀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을 얻지 못했다. 다시 촬영을 요청했다. 이렇게 만들어낸 사진 컷이 다른 유물을 포함해 총 7000여점이다. 이 중 100여점을 골라 2007년 초 도록 '백제'(한길사)를 만들었다. 500부 한정판으로 가격 200만원을 책정해 출판계에 화제를 모았다.
일본 통산성(현 경제산업성)은 1998년 나라(奈良) 호류지(法隆寺)가 소장한 '목조관음보살입상'의 색채를 영상으로 복원했다. 통칭 '백제관음'으로 유명한 이 불상은 일본의 국보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국보로 꼽힌다.
당시 일본 민영방송이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색채 재생을 통해 되살아난 백제의 미소였다. 3차원 영상을 통해 천년 전 미소를 복원시킨 것이다. 일본은 환호했다.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훌륭함과 비루함, '조힌(上品)'과 '게힌(下品)'의 엄격한 기준으로 각인된 '구다라(백제의 일본 이름)' 문화의 극치가 일본 기술력을 통해 복원됐다는 주장이었다.
준초이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간명하게 표현했다. "있는데도 못 만드는 경우가 있고 없는데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은 비록 남의 문화재이지만 끝없는 작업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반면, 한국은 빛나는 문화재에 가치와 의미를 덧씌우는 작업에 인색하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