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3번기 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이세돌 九단 黑 구리 九단
〈제3보〉(31~43)=이세돌의 안색이 푸석푸석하다. 대국장 밖에서 서성이던 맏형 이상훈 七단이 "그나마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 다행"이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전날 밤 자정이 임박해 함께 서울을 출발했는데 택시기사가 만해마을을 못 찾고 헤매더란다. 새벽까지 초조히 '선수'를 기다리던 기원 직원들이 연락을 받고 형제를 구출(?)해왔을 때 시계는 2시가 지나 있었다.
△의 협공에 흑은 기다렸다는 듯 31로 뛰어든다. 이제 39까지는 정형(定型)이자 내친 걸음. 흑의 실리일변도 작전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럴 경우 상대는 필연적으로 외세(外勢)를 쌓아 대응할 수밖에 없다. 40, 42도 그런 의미. 하지만 이 두 수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너무 엷다는 것.
"참고도 1 이하 4까지 선수한 후(이것으로 흑의 중앙 진출은 봉쇄돼 있다) 5, 7로 눌러 막는 것이 훨씬 두터웠다"는 게 유창혁의 의견. 이세돌도 훗날 이 대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42때라도 참고도 1~4를 거쳐 '가'로 울타리 치는 방법이 가능했다. 43 붙임이 적시 안타. 흑이 상대의 유일한 꿈인 중원에 드릴을 갖다 대고 천공(穿孔)작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