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ing] 함양 삼봉산 임도

지리산 제일문이 있는 오도재에서 시작하는 삼봉산 임도 코스를 소개한다. 변강쇠와 옹녀의 은밀한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한 오도재는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에 걸쳐지는 삼봉산의 함양 쪽에 자리한다. 이곳엔 급경사의 구불구불한 오르막을 숨차게 올라온 자동차들이 쉴 수 있는 오도재휴게소가 있어 주차를 해 놓고 라이딩을 하기에 적격이다.

삼봉산 정상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지만 오도재는 GPS 수치가 해발 750m를 가리킨다. 코스가 끝나는 인월면의 장평마을 버스 정류장이 해발 460m이니 고도 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래도 오도재에서 출발하면 대체로 내리막을 타고 달릴 수 있을 것이라 내심 다운 힐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실상은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오도재휴게소에 주차 후 출발
오도재휴게소①를 나와 내리막으로 좌회전한 후 250m 정도 내려가면 왼쪽으로 임도 입구가 보인다②. 임도 입구부터 얼마간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업 힐을 해야 한다. 얼마 안 가 임도는 자연 그대로의 흙길로 바뀐다.

관리가 잘 되는 대부분의 임도가 그렇듯 이곳 역시 경사가 심한 곳은 콘크리트 포장으로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고 있다. 지금 우리가 달리는 이 임도는 산불금지 기간만 제외하면 다양한 무동력 산악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그래서 임도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가 있고, 갈림길목에서는 어김없이 이정표가 갈 길을 일러준다.

구불거리는 임도를 따라 달리며 오른쪽을 내려다보면 옥녀봉 오른쪽으로 함양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년 겨울 같았으면 부드럽고 깨끗한 설질의 눈밭을 달렸을 텐데, 올해는 유난히 심한 겨울 가뭄으로 설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만 해발 1,000m 고지 이상 되는 곳을 바라보면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쓰듯 허연 서설이 끼어 있다. 

삼봉산 임도는 대체로 속도를 내기 좋은 토질을 갖고 있다. 간혹 임도 관리 차원에서 깔아놓은 자갈이 타이어 접지력을 떨어뜨려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삼봉산 임도에서는 그런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절벽에서 부서져 내린 작은 돌들이 더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코너를 돌 때 맞은편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절대 과속은 금물이다. 임도 초입에 차량 차단물이 설치돼 있지만 드물게 산림감시원 등이 몰고 다니는 차량이 순찰을 돌기 때문이다. 특히 산불주의 기간에는 차량 두어 대가 상주하며 늘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감도 앞에서 어디로 갈지 결정해야
고지에서 출발한 것 치고는 내리막이 별로 없어 싱겁다고 느낄 즈음, 약 2km의 제법 긴 다운 힐이 이어진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페달링을 해도 괜찮을 법한 길이다. 이런 길에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다.

이 정도 경사를 내려갈 때 지나친 웨이백(라이딩 시 엉덩이를 안장 뒤쪽으로 빼서 무게중심을 뒤편으로 보내는 것)은 오히려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앞 타이어의 접지력을 떨어뜨려 코너링에 악조건을 만들기 십상이다. 산악자전거에 입문한 지 꽤 오래된 동호인들도 내리막이라면 무조건 엉덩이부터 뒤로 빼고 보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내리막에서는 웨이백이 최고!’라는 등식이 어느 정도 맞긴 하지만 무조건 최고는 아니다. 웨이백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라면 오히려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살짝 보내보자. 그렇게 하면 실질적인 조향을 책임지는 앞 타이어의 접지력이 높아져 보다 빠른 속도의 코너링이 안정적으로 가능해진다. 직선 주로에서도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면 속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2km의 긴 다운 힐을 내려오면 작은 계곡을 건너면서 갈림길④을 만난다. 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꽤 볼 만한 풍광이련만 척박한 올 겨울엔 돌무더기만 계곡을 지킨다. 이곳에서도 갈림길에 개의치 말고 그대로 직진해 길고 낮은 경사도의 오르막을 오른다. 약 1.7km를 오르면 오른쪽에 나무벤치와‘죽염발상지’라는 푯말을 볼 수 있다⑤.

갈림길이 있나 살펴봤더니 등산로 수준의 길이어서 자전거로는 갈 수 없다. 역시 잘 닦인 임도를 따라 3km 정도 계속 달리면 내리막이 시작되면서 잣나무로 조성된 인공림⑥ 사이를 지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삼봉산 국유림 경제림육성단지’ 조감도가 있는 갈림길⑦을 만난다.

실질적인 임도 코스의 종착점인 이곳에서 어디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임도를 따라 오도재로 돌아가려면 왔던 길을 되짚어 가야 할 것이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뽑힌 지안재 길을 이용해 오도재로 가려면 팔령 1.1km 푯말 방면으로 직진하면 된다. 만약 삼봉산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임도를 더 탈 수 있지만 2km 정도 달리다 끊어진 임도 앞에서 멈춰야 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지안재’ 넘어 회귀
일단 지안재 길을 이용해 원점 회귀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팔령 방면으로 직진해서 내리막을 내달리면 마을을 통과해서 24번 국도와 만나는 곳까지 가게 된다. 이때 길을 선택하기에 따라 왼쪽 장평마을로 갈 수도 있고, 오른쪽 팔령재로 갈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내려갔든 24번 국도를 만나면 함양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약 6km 정도 달리다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1023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해 6km 정도 더 가면 코스 출발지인 오도재휴게소에 닿는다. 이 6km 구간 초반에 지안재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구절양장 오르막이 있다. 이 오르막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왜 이 길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 됐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특이한 지형에 놓인 이 길 덕분에 단골 야간 촬영지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오도재휴게소 조금 못 미처 왼쪽으로도 또 다른 임도 입구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은 휴천면 진관마을로 가는 7km의 임도로 아까 지났던 삼봉산 임도와 비슷한 느낌으로 길이 닦여 있어 연이어 길게 라이딩하기도 한다. 삼봉산 임도와 마찬가지로 계속 가면 임도가 끊겨 있으므로 오도재에서 임도 진입 후 5km 앞 갈림길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진행해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코스설명

00. 멀리 함양읍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
01. 지리산 제1문 앞에 있는 오도재휴게소에서 출발.
02. 오도재휴게소 바로 밑에 자리잡은 임도 입구.
03. 갈림길이 나오면 팔령 이정표만 따라간다.
04. 대체로 내리막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르막도 적지 않다.
05. 지리산의 기가 흐르는 수려한 경치가 일품이다.
06. 속도감을 즐기기에 적합한 지질을 갖고 있다.
07. 잣나무 인공조림을 만나면 곧 팔령마을이나 장평마을로 내려가는 임도 출구 갈림길에 닿는다.
08. 삼봉산 국유림 조감도가 있는 임도 출구 갈림길. 임도를 되짚어 돌아가는 방법과 팔령 방면으로 가서 지안재를 넘어 회귀하는 방법이 있다.
09. 24번 국도와 만나는 장평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우회전해 함양 방면으로 간다.
10.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지안재 길. 이 길을 넘어오면 출발점인 오도재로 갈 수 있다.


 / 윤문기 황금시간 출판팀장ㆍMTB 동호인
   취재협조 전주 맥스바이크 (063)255-6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