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작품, 세계인이 공감"

설치미술가 이불의 작품 〈사이보그〉는 우주를 향해 솟구치는 여전사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전사(戰士)와 같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작가 이불은 해를 거듭할수록 〈사이보그〉같이 거침없이 무대를 확장시키고 발진하고 있다.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개인전을 비롯,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특별상), 2008년 프랑스 카르티에 현대미술관 전시 등 지속적으로 국제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이불은 2010년부터 세계를 무대로 대장정에 나선다. 일본을 시작으로 국제 순회전을 가질 예정이다. 이불의 세계 순회전이 더 의미를 갖는 것은 주요 미술관에서 개최한다는 것과 세계적인 기획자가 나섰다는 점이다.

이불의 세계 순회전 기획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미국 뉴올리언스 현대미술아트센터의 댄 카메론(Dan Cameron·54) 관장은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와 런던, 베를린에서 순회전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하반기 모리미술관 전시회는 이불의 대형 설치작품과 조각작품 등이 망라돼 선보여진다. 전 세계를 도는 순회 전시의 피날레는 2012년 기무사 터에 세워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카메론 관장은 뉴욕의 주요 미술관 중 하나인 '뉴 뮤지엄'에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수석 큐레이터를 지냈다. 당시 폴 매카시, 쉬빙 등의 개인전을 열어 실험적인 작가를 발굴하는 데 앞장섰다. 2008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열린 제1회 뉴올리언스 국제 미술비엔날레의 초대 큐레이터를 맡기도 했다.

카메론 관장은 "이불의 〈영원한 삶〉 같은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보여주면서도 서구인에게 호소력을 갖는다"면서 "이불의 시각적 언어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불의 작품을 20년간 지켜봤는데 아이디어나 소재가 끝없이 변하고 있다"며 "이번 순회전을 통해 이불이 세계적인 작가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