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엘레지' 30살 차 커플의 롤러코스터 같은 사랑

오래 전 이혼하고 혼자 사는 대학교수 데이빗(벤 킹슬리)은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 콘수엘라(페넬로페 크루즈)에게 한눈에 반한다. 서른 살이나 차이 나는 두 사람은 남자의 노력 끝에 애인 사이가 된다. 육체를 탐하는 시기가 지나자 남자는 여자를 의심하고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가 먼저 그녀 곁을 떠난다.

사랑도 연료탱크처럼 눈금이 있다면 첫눈에 반했을 때 바늘은 F를 팽팽히 가리킬 것이다. 아는 사이에서 사귀는 관계로 발전하면 바늘은 조금씩 내려오고 때론 E를 위협한다. 결혼 후엔(또는 안정적 관계가 되면) F와 E 중간쯤으로 수렴된다. 이것은 극히 정상이다. 자동차도 가득 채우면 연비가 떨어지고, 바늘이 E 근처에 자주 붙으면 꼭 바쁠 때 서게 마련이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엘레지'에서 나이 든 남자와 젊은 여자의 사랑은 그 바늘이 더 격하게 춤춘다. 남자 쪽에 그 원인이 있다. 남자는 사랑하는데다 미안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남자가 "지난 1년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다. 이제 내려야 할 때란 뜻이기도 하다"라고 하는 대사는 탁월한 비유다. 그는 그녀를 불행하게 하지만 악의는 없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도 괜찮을 만한 시나리오다. 영화의 기조는 점잖지만 사랑의 속성에 워낙 우스꽝스러운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30년 연상연하 커플 구도에 의심과 질투, 자책과 상사병까지 아침연속극에 단련된 한국인들에겐 익숙한 갈등 요소가 이어진다. 이윽고 불치병까지 등장하니, 시작은 창대했으나 나중이 시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