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바둑 최강자는? 양(量)은 이창호, 질(質)에선 구리(古力)

국제 바둑계 최강자는 누구인가. 새해 초반 LG배 등 3개 국제대회가 숨가쁘게 '주인'을 가린 데 이어 잉씨배도 결승전 절반을 마쳤다. 최초의 세계대회인 1988년 제1회 후지쓰배 이후 현 시점(3월 16일)까지 21년간 국제대회 성적표를 뽑아본 결과 양(量)에선 이창호, 질적(質的)으론 중국 구리(古力)가 가장 돋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호는 총 21회에 걸쳐 국제대회를 석권, 우승 횟수에서 단연 톱을 달리고 있다(비공식대회 2회 제외). 2위 이세돌(12개)에 비하면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21회 우승 중 메이저급 대회가 17회로 '순도' 또한 합격점이다. 이 부문에선 이창호를 필두로 한국 기사들이 상위 4위까지를 독점하고 있다.

이창호는 또 국제대회 결승전에 가장 자주 나가 가장 많이 이긴 기사이기도 하다. 세계타이틀이 걸린 결승전서 83국을 두어 그중 52국을 승리, 이세돌 조훈현(이상 각 22승)을 무려 30승 차로 따돌리고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다안타' 못지않게 중요한 지표가 '타율'이다. 구리는 비율을 따지는 항목에서 단연 두각을 보여 '떠오르는 스타'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리는 메이저급 국제대회만 5회나 결승에 나가 한 번도 실패를 맛보지 않았다(일본 다케미야도 결승전 100% 성공확률을 기록했지만 6차례 우승 중 메이저 대회는 2개뿐이었다).

결승전서 둔 총 판수 승률서도 어느덧 구리가 1위에 나섰다. 21승 9패로 승률 70%. 지난달 하순 무렵까지만 해도 이 부문 1위는 이세돌(당시 22승 9패·71.0%)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3회 LG배 결승서 맞대결한 둘이 2연승과 2연패로 갈리면서 순위가 단숨에 바뀌었다.

 

이창호는 2005년 3월 춘란배 우승 후 만 4년간 준우승 5회, 마이너 우승 1회를 기록하면서 승률부문 성적을 많이 까먹었다. 반면 구리는 2006년 이후 매년 착실하게 타이틀을 쌓아가는 중이다. 이창호가 보유한 국제대회 결승전 연승기록(11연승·96년 3월~98년 8월)이 구리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것도 지켜볼 대목. 구리는 2006년 4월 제10회 LG배 결승 5국부터 지난달 제13회 LG배 결승 2국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제 결승서 8연승 행진 중이다.

당분간 세계 영토다툼은 이창호와 이세돌, 구리의 3파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현재 보유 중인 국제 타이틀 수는 구리가 4개, 이세돌이 2개. 이창호는 중환배 1개뿐이지만 잉씨배(상대 최철한)와 춘란배(상대 창하오) 결승에 올라 있어 셋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가별 국제대회 우승 횟수는 한국이 58회로 전체 94회의 약 62%를 점하고 있다(여성 및 비공식기전 제외). 일본과 중국은 각각 20회 및 15회로 이창호(21회) 1명을 아직 못 넘어섰다. '누적기록 1인자' 이창호와 '승률왕' 구리의 틈새에서 다소 어정쩡한 위치의 이세돌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