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깨지는 옥토

〈제4보〉(44~57)=이번 결승기간 동안 구리가 남긴 인상은 성실함과 여유로움이었다. 대국 전날 백담사행 전세버스 출발 때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키더니 현지 도착 후에도 스스럼없이 활동하며 결전에 대비했다. 동행한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른바 '범생'이나 '순한 양'도 승부사로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준 셈.

현재 중원은 백의 꿈이 서려 있는 '미래의 땅'이다. ?Y는 그 성지(聖地)를 향해 겨눈 총부리 같은 수. 44로 막아서 봤지만 49에 이르자 중앙에 검은 군화 발자국이 찍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좌우의 백도 약해졌다. 50을 안 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51 급소 한방이 백의 폐부를 찌른다.

51로는 참고 1도가 우선 떠오르지만 싱거운 진행. 구리의 비범한 기재(棋才)가 번뜩인 장면이다. 54로 좌변의 주택화(住宅化)를 서둘자 55의 공격이 시작됐다. 56은 어땠을까. 유창혁은 "참고 2도 5까지의 안정이 시급했다. 백에게 뭔가 수읽기 착오가 있었던 느낌"이라고 했다. 57은 상식의 허를 찌르는 돌의 역행(逆行). 이세돌이 움찔하더니 장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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