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불 뿜는 중원(中原)

아무튼 66은 유일한 탈출구. 67로 비껴 받으면 68도 당연하다('가'로 끊는 수는 빵때림을 주어 손해). 이제는 흑 '나'로 서로 빵때려내는 진행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한 수가 작렬했다. 백 68을 기다려 69에 붙여간 수가 기막힌 맥점. 검토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지는 동안 이세돌도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제5보〉(58~69)=중국 관계자 일행이 탑승하면서 백담사 행 전세버스가 꽤 시끄러워졌다. 보도진을 합해 중국 선수단 일행이 8명이나 된다. 기원 직원 하나가 웃으며 "왜 굳이 멀리 옮겨가 대국을 하느냐"고 시비(?)를 건다. 기자 한명은 "구리가 2대1로 이길 것"이라며 눈을 찡긋한다. 이틀 전 구리가 이세돌에게 패했는데 무슨 소리람.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 스스럼이 없다. 현지에 도착하니 다른 중국기자 2명이 따로 와 있었다.

일단 58은 절대이며 63까지는 외길 수순. 힘과 힘이 맞부딪치면서 묵직한 살기가 바둑판을 뒤덮기 시작했다. 64는 어땠을까. 인터넷 중계 모니터에 "나 같으면 65로 막겠다"는 해설과 함께 목진석의 참고도가 떴다. 8까지 요석 석점이 잡히지만 17의 끊음이 A의 절단을 보는 맥점. 일종의 바꿔치기로 중원 싸움의 주도권은 백에게 있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