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폭풍 전야(前夜)

〈제7보〉(82~87)=치열한 몸싸움 속에 전체적으로 흑의 즐거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집뿐 아니라 두터움에서도 뒤질 게 없다. 82는 불가피한 굴복. 참고1도 1로 차단해 좌중앙 광야를 크게 장악하고 싶지만 욕심이다. 백 5로 6에 이을 수 없어 우상 백 5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 그러고도 외곽 백 대마가 여전히 약해 견디기 어렵다.

계속 선수(先手)를 쥔 흑, 이번엔 83의 급소를 찔러온다. 기분 같아선 86으로 '가'에 씌워 혼내주고 싶은데 역시 과욕. 참고2도는 하나의 예로, 어찌 변화해도 백은 이 흑을 가둘 수 없다. 기분대로만 될 수 없는 게 바둑이다.

86으로 넘으면 이제 흑도 포위망을 벗어나야 한다. 87의 붙임은 일종의 기대기 전법. 검토실에선 좌변 백 세력권 일대에 산재한 흑돌들의 수습 여부가 승부란 진단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대목에서 백은 천추의 한이 되는 망착(妄着)을 놓는다.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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