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cm를 밑도는 키… 15m를 넘보는 카리스마

설마 이 좁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나 싶었다. 그녀가 누군가. 할리우드 톱스타 리즈 위더스푼(Witherspoon·33) 아닌가. 얼마 전, 미 LA 팔로마 호텔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몬스터vs에이리언(4월 23일 개봉)' 기자회견장. 양쪽에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나타난 그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20여명의 기자와 영화관계자들과 어울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정원초과 일보 직전이라 엘리베이터 구석에 호떡처럼 딱 붙어 있는 모습에 짜증이 날 법도 했는데, 위더스푼은 오히려 보디가드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더니, 화장을 고치고 오겠다며 기자회견장보다 몇 층 아래에서 내렸다.

누군가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세상에! 저렇게 키 작은 배우가 보디가드도 자기처럼 작은 사람들을 고용하다니! 이건 뭐 '미니미(mini-me)' 3인방인가"라며 크게 웃었다. 20여명이 동시에 커다랗게 웃는 진동에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렸다.

그녀의 공식 프로필엔 5피트2인치(약 1m57)에 105파운드(약 47㎏)라고 나와 있었지만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은 1m55도 안 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키는 회견장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그녀가 맡은 역할이 거인 '거대렐라(Ginormica·거인을 뜻하는 giant와 소녀한테 흔히 붙는 mica의 합성어)'였기 때문이다. 함께 자리한 롭 레터맨 감독은 그녀를 옆에 두고 이런 농담을 했다. "'거대렐라' 목소리 캐스팅을 앞두고 스태프들에게 물었죠. '할리우드에서 가장 키 작은 배우가 누구지?' 그랬더니 만장일치로 리즈 위더스푼을 꼽더라고요." 위더스푼은 커다랗게 웃으면서 "이렇게 예쁜 몬스터 봤느냐"고 맞받아쳤다. 키는 분명 작았지만 그녀가 내뿜는 아우라(aura)는 거대렐라를 뛰어넘을 기세였다.

그녀가 맡은 거대렐라는 자신의 결혼식 날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한 운석을 맞고 키가 15m 정도로 커 버린 여성이다. 거인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믿지 못하다가 곧 다른 몬스터 동료들과 힘을 합쳐, 지구를 부수려는 에이리언에 맞선다.

"하루에 12시간 연기하는 것과 애니메이션 목소리 녹음 3시간하는 것과 에너지 소비가 맞먹는다고 해요. 입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화면 보면서 같이 뛰고 율동도 하고 소리도 지르거든요. 어느 날은 더빙만 15시간 정도 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혼이 다 나갈 정도죠." 오는 4월 23일 국내 개봉할 이 영화의 한국판 목소리는 '키 큰' 한예슬이 맡는다.

2년 전 이혼 뒤 두 아이와 함께 사는 그녀는 현재 할리우드 톱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과 데이트 중이다. 그녀의 꿈은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폴 뉴먼이 이뤘던 것처럼 모범이 되는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전 어머니잖아요. 이젠 발랄한 옆집 친구 같은 역할보다는 적극적인 여성상을 그린 영화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