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회화, 자동차 디자인과 만났네

순수 회화가 자동차 디자인과 만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서울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고 있는 박미나와 잭슨 홍의 《Rama Lama Ding Dong》전(展)이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큐레이터 김성원씨는 작년 여름 이 실험적인 전시를 서양화가인 박미나와 자동차 디자이너인 잭슨 홍에게 제의하기까지 2주를 고민했다. 박미나와 잭슨 홍 두 사람은 제의를 받고 "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대답했지만, 사실 세 사람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안해했다.

박미나와 잭슨 홍의 실험정신은 첫 작품 〈퍽〉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차량정비용 등받이 차를 등에 대고 밀고 들어가야 하는 높이 70㎝의 밀폐된 공간. 항상 바닥이 올라오는 것을 상상해왔던 박미나와 천장이 내려오는 것을 상상해왔던 잭슨 홍의 합작품이다. 관람객은 등받이 차를 밀고 들어가면 초현실적인 공간을 느낄 수 있다.

딩뱃(Dingbat) 회화를 그려왔던 박미나와 자동차를 디자인해왔던 잭슨 홍은 각각 두뇌와 손을 교차해 사용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딩뱃은 예를 들어 컴퓨터 키보드에서 'a'를 치면 '집'의 이미지가 뜨는 그림 서체라 할 수 있다. 박미나가 주제와 이미지를 잭슨 홍에게 주면 잭슨 홍을 이를 받아 작품으로 제작했다. 사람이 안전하게 타야 하는 기능적인 차의 디자인을 주로 했던 잭슨 홍은 두 대의 차가 충돌하는 이미지를 박미나에게 줘 평면화로 그리게 했다. 박미나는 잭슨 홍의 개념과 이미지를 팝아트적인 생생한 색감과 운동감을 살려 박진감 넘치는 화면으로 재현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작품(대걸레)에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야?"라고 썼지만, 작업을 통해 얻은 게 많은 듯했다. 박미나는 "작업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했고, 잭슨 홍은 "그동안 자동차 디자인에서 느꼈던 갑갑함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02)544-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