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전국적 비상(非常)

〈제10보〉(110~120)=이번 제13회 LG배 결승이 백담사에서 치러진 것은 작년 5월 만해마을서의 본선 1·2회전 연장선상에 있다. 대회 장소로서 그만큼 호평을 받았었다는 증거다. 음식이 문제될 줄 알았으나 재료를 바꿔가며 나오는 각종 비빔밥이 큰 인기를 끌었다. "맵지만 않게 해 달라"는 중국 선수단의 요청이 있었는데, 쓰촨(四川)성 출신으로 매운 음식에도 익숙한 구리는 산채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넣어 맛있게 입에 넣곤 했다.

고전에 빠진 백, 어쩔 수 없이 110으로 하변을 움직이고 본다. 112로는 '가'에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무리. 참고도 6 자리를 차지할 수 없을 바엔 괜히 덩치만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114까지 애써 틀을 잡는 사이 흑에게 115를 유발했고, 그 결과 116이 또 생략할 수 없는 자리로 변했다.

116을 등한시하면 흑 '나', 백 '다' 교환 후 흑이 '라' 또는 '마'로 갈라올 때 우중앙 일대가 걸레 꼴이 된다. 선수를 잡은 흑,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유유히 117, 119로 좌상귀로 손을 돌린다. 최규병 九단은 "좌상귀가 그냥 죽은 것으로 쳐도 흑이 우세하다"고 진단한다. 백으로선 가위 '전국적인 비상(非常)사태'에 돌입한 셈. 어디 돌파구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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