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냉정(冷靜)한 구리

〈제11보〉(121~133)=이세돌은 세계적 스타플레이어지만 후진 양성도 한다. 친형 이상훈 七단의 도장에 매주 1~2회 나와 꼬마들과 대국도 하고 복기도 해준다. '토너먼트 프로'와 '레슨 프로'의 겸업은 다른 승부세계에선 매우 드문 일.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침과 배움이 서로를 향상시킨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를 실천하고 있는 초 1류 기사는 거의 없다. 이 점에서도 이세돌은 독특한 승부사다.

흑은 도처에 집도 많고 세(勢)도 두텁다. 유일하게 불안한 좌상귀를 돌볼 겸 좌중앙 백을 차단할 순 없을까.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참고도 1에 끊었다간 큰일난다. 백 2 때 흑은 A로 받을 수가 없다(백 B로 난리 난다). 오히려 거꾸로 백 C의 차단을 걱정해야 할 판.

121로 하중앙 백에 총부리를 겨눈 수가 침착하면서도 현명했다. 뒤이은 123, 125가 얄미운 수. 자신은 챙기면서 상대에겐 공배를 강요하고 있다. 126으론 '가'에 단수치고 싶지만 흑 128을 당해 우중앙 백이 무너진다. 흑도 127로 '가'에 두어 살면 백은 '나'로 절단, '다'와 '라'를 맞보는 역습이 매섭다. 133에 붙여가는 구리의 손길에 바람이 씽씽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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