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과제(課題)

〈제12보〉(134~146)=새벽에 내린 5cm가량의 눈으로 대국 시작 무렵까지 눈부신 설경에 덮였었던 백담사. 하지만 오후로 접어들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쌓였던 백설이 녹아 낙숫물로 변신, 백담사 경내 건물들 처마에 대롱거리며 매달린 것. 새벽엔 볼펜 잉크가 굳어 메모도 잘 안 될 만큼 쌀쌀했던 날씨가 그야말로 '봄눈 녹듯' 바뀐 것이다. 산골에서 맞는 산사(山寺)의 하루는 반상(盤上) 뺨치게 변화무쌍하다.

136은 최대한 버틴 수. 참고도를 보자. 1로 호구쳐 하중앙 백을 안정한 뒤 3으로 좌상귀 흑을 잡는 게 정수인데, 5 이후 흑이 고분고분 다 받아줘도 20여집 차를 좁힐 수 없다. 그야말로 '굶어 죽느니 차라리 맞아 죽겠다'는 식의 승부로 나간 것. 138 차단 역시 내친걸음이다.

그러자 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중앙 백에 대한 '집행'에 나선다. 139, 141이 예정된 파호(破戶) 수단. 여기서 이세돌은 144로 기상천외한 곳에 붙여갔다. 145를 기다려 146. 자, 여기서가 문제다. 잡으면 물론 끝장이고 살면 흑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국면. 마지막 과제로 등장한 대형 묘수풀이의 결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