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참패(慘敗)

〈제13보〉(147~163)=이 대국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 바둑전문 사이트 '사이버오로'의 경우 오후 2시 무렵 1만1000명이 접속, 평소의 2배에 육박했다. '타이젬'도 이번 결승에 대비해 서버 1개를 증설해 6개로 대국 현황을 전했다. 하지만 '베팅'은 시간이 갈수록 구리 쪽이 높아져 형세의 변화를 반영했다. 오후 2시를 넘기면서 중국 인터넷 사이트는 7대3 정도의 비율로 자국 기사의 승리를 점쳤을 정도.

하중앙 백 대마의 사활을 풀 차례다. 앞서 백이 미리 두어놓은 △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147이 침착한 정수였다. 자칫 참고도 1로 더 크게 잡자고 욕심을 냈다간 8까지 산다. △를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무려 5집이나 내고 생환한다면 전체 형세도 삽시간에 오리무중으로 빠져든다.

150으로 '가'에 빠졌으면 패(覇) 없이 좌상귀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뒀더라도 바둑은 이미 대차(大差). 흑은 아예 패를 상대도 안 하고 153에 잡아 안전 운행한다. 156은 돌을 거두기 위한 의식(儀式). 구리가 163을 강타한 장면에서 백도 더는 못 견디고 항복을 선언했다. 하변을 살아도 흑 '나'면 우변 전체가 빈사지경이 되는 것. 참담한 피날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