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랭킹 5위 박영훈과 중국 3위 창하오(常昊)가 28일 바둑TV 스튜디오에 마주 앉았다.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8강을 다투는 일전이었다. 평소 얌전한(?) 기풍으로만 알려졌던 박영훈이 딴 사람이라도 된 듯 사납게 몰아쳤다. 213수 만의 흑 불계승. 완벽한 승리였다.
승자 인터뷰에 임한 박영훈은 "스승님 패배를 꼭 설욕하고 싶어 벼르고 나왔다"고 했다. 바로 앞 대국서 창하오에 패해 탈락한 최규병 九단을 위해 싸웠다는 얘기였다. 입단 전 박영훈이 야인으로 떠돌 때 최규병이 심혈을 기울여 입단시켰던 일화는 유명하다. 마침 이 대국의 TV 해설을 맡았던 최 九단은 담담한 어조로 "나를 스승으로 인정해준다니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선생'과 '학생' 아닌 '스승'과 '제자'란 얼마나 드문 세상인가. 지난 주 16강전 네 판은 모두 한·중전으로 벌어졌고 한국 기사 중엔 박영훈만 이겨 8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