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힘들때면 그를 생각하며 견뎠다"

도예가 이종수와 서양화가 임동식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종수(1935~2008)는 작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도예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종수의 독특한 이력은 이화여대 교수직을 벗어던지고 작품에 전념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계단식의 오름새가마를 직접 만들어 가스나 전기가마 같은 현대식 도구를 마다했다. 전통 가마는 날씨나 땔감의 조건 같은 변수에 휘둘리지만 그를 통해 자연스러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했다.

이종수는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기 위해 수십 개를 망치로 깨버렸다. 이씨의 부인 송경자씨는 "어렵게 만든 도자기들이 너무 아까워 남편에게 하루만 더 생각하라고 매달렸다"면서 "하도 말리니까 하루는 참아줬지만 날이 새면 여지없이 깨버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이씨의 작품들이 〈잔설(殘雪)의 여운 시리즈〉이다. 고우면서도 푸른 기운이 감도는 눈 색깔을 재현했다. 〈마음의 향(香)〉은 투박하면서도 거친 점토질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쩍쩍 갈라진 논바닥이나 살이 튼 메주를 연상시킨다. 이종수의 작품들에서는 은은하면서도 그칠 줄 모르는 땅의 기운이 느껴진다.

서양화가인 임동식(64)은 "이종수 선생님을 존경해왔고, 작가로서 힘들 때면 선생님을 생각하며 견뎠다"고 말했다. 그래서 임동식은 이화익갤러리로부터 《이종수-임동식》전(展)을 제안받고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전시는 제목이 '이종수에 대한 오마주(경의)'일 만큼 이종수의 치열했던 작가 정신을 기리고 있다.

임동식도 이종수에 못지않은 작가적 궤적을 보이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전위적인 창작활동을 벌이던 임동식은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뒤 1993년부터 10년 가까이 공주 신풍 원골마을에 들어가 자연을 그려왔다. 그 역시 두 손으로 직접 25평 작업장을 지어 자연과 마을 주민과 어울려 지냈다.

이번 전시에는 원골마을에서 그린 회화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작품 〈엿장수〉는 어렸을 때 봐왔던 엿장수와 그 주변에 달려들던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게 담겨있다.

〈3남(男)〉 〈7남1녀〉등은 다산(多産)과 남아를 선호하는 농촌 정서를 잘 보여준다. 임동식은 "점차 없어지고 있는 우리 고유의 것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화익갤러리에서 4월 8일부터 28일까지 열리며 1층에는 임동식의 회화 작품이, 2층에는 이종수의 도예 작품이 전시된다. (02)730-78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