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이틀 만의 재회(再會)

〈제1보〉(1~16)='세기의 대결' 첫 판이 구리의 완승으로 끝나자 국내 바둑 팬들은 저마다 안타까움의 한숨을 토해냈다. 패배 자체도 분했지만 내용이 더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누가 그 바둑을 불과 나흘 전 농심배에서 일축했던 상대와의 대국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도 이세돌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천하의 이세돌이 바로 멋진 반격에 나서줄 것으로 굳게 믿는 분위기 속에서 이틀 뒤 2국이 속개됐다. 장소는 역시 백담사.

돌이 바뀌어 2국은 이세돌의 흑 차례다. 5까지 1국 때와 매우 비슷한 포진인데 6에서부터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섰다. 1국 때 이세돌은 '가'로 갈라쳤고 오늘 구리의 선택은 6의 일(日)자 걸침이다. 자기가 즐기는 포진을 상대에게 허용하기 싫어하는 것이 프로들의 생리다. 흑도 기다렸다는 듯 7로 협공, 요즘 대 유행 중인 정석 진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8로 돼 협공하고 9에 붙여올 때 10으로 일단 뛰어든 뒤 12로 젖히는 것이 수순. 13으론 한때 참고도처럼 1로 꼿꼿이 서는 수도 등장했으며 6까지 서로가 불만 없는 진행이다. 16까지, 요즘 거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정석이 초반을 수놓았다. 여기서 '나'의 절단과 '다'의 단수 중 어디를 택해야 할까. 초반 응접이 바람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