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수학천재와 물리학자의 완전범죄 싸움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심심한 맛을 낸다. 이 추리극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소설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아는 관객을 빨아들이기에 이 영화는 너무 밋밋하며, 별다른 볼거리를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일본영화 '용의자 x의 헌신(9일 개봉)'은 꽤 흥미로울 것이다. 1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원작을 꽤 충실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며 딸과 둘이 사는 야스코(마쓰유키 야스코)의 집에 전 남편이 들이닥친다. 그의 못된 짓을 보다 못한 모녀가 우발적으로 그를 죽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옆집 남자 이시가미(쓰쓰미 신이치)는 시신을 치우고 모녀의 완전범죄를 위한 알리바이를 꾸민다. 고교 수학교사인 그는 외톨이로 사는 수학천재다. 경찰은 모녀 알리바이의 허점을 찾지 못하고, 이시가미의 대학 동창이자 물리학 교수인 유카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대번에 이시가미를 의심한다.

영화 시작 직후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관객에게 노출된다. 이후 두 시간 동안 영화는 수학자 못잖은 물리학자에 의해 조작된 알리바이의 완벽성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학자의 모든 행동은 철저히 계산돼 있다는 점이 중요한 힌트가 된다.

소설에도 영화에도 등장하지 않는 'x'는 용의자 이시가미를 지칭하는 동시에 야스코에 대한 그의 마음이다. 야스코를 알게 되면서 그의 인생함수 y=f(x)는 상상을 뛰어넘는 y값을 산출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진 수학천재의 치밀한 계획은 그러나 '양심'에 의해 무너진다.

두뇌싸움에 관객이 집중하기엔 수학자와 물리학자 모두 너무 잘생겼다. 추남으로 묘사된 소설과는 달리 이시가미는 '공부 말고도 할 게 많아 보이는' 모습이다. 물리학자 유카와는 '공부만 빼고 다 잘했을 것 같은' 외모다.

영화는 관객의 마지막 의문까지도 일일이 다 설명해 준다. 그렇기에 극장을 나설 때 고개를 갸웃할 일은 없다. 범죄 스릴러와 추리극, 로맨스를 종횡으로 오가다 보니 영화가 긴장감을 대부분 놓쳐버린 탓이다.

▷ [시네 업데이트] 단순하지만 명쾌한 할리우드의 가공법 - 27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