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삶의 여정 88점의 화폭에 담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미수(米壽·88세)를 맞아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기념 전시회를 갖는다. 4월 1일로 88세 생일을 맞는 이 명예회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직접 그린 작품 88점을 선보인다.

이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1일 오후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 20여명을 초청해 간단한 기념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 김기춘 전 법무장관,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지인들과 이웅열 코오롱 그룹 회장을 비롯한 코오롱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이 명예회장은 참석한 인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시한 뒤 "지인들에게 제가 그린 그림을 한 점씩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미술에 조예가 싶은 이 명예회장은 지난 30여년 간 산·강·바다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그려 왔다. '우정(牛汀·이 명예회장의 아호), 자연에서 숨은 그림을 찾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회 역시 그가 지난 30여년간 틈틈이 그린 그림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 명예회장이 아낀다는 '대지의 노래'라는 작품도 이번 전시에 포함된다. '대지의 노래'는 이 명예회장이 지난해 10월 강원도 영월을 방문해 현지의 700년 된 소나무를 그린 작품이다. 이와 함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 가족이 그린 12점도 함께 전시된다.

이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992년 고희전(古稀展), 2001년 팔순전(八旬展) 등 두 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의 이번 개인전은 '미수(米壽)'라는 개인적 삶의 여정을 반영하는 동시에 정상에 오른 경영인이 자연인으로서 진솔한 느낌들을 화폭에 옮긴 행사"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인 김복영 전 홍익대 교수는 "이 명예회장의 그림들은 인간과 자연을 회통하려는 의욕의 산물"이라고 평했다.

이 명예회장은 국내 화학·섬유 산업 중흥기를 이끈 대표적인 경영인으로 꼽힌다. 1922년 4월 1일 경북 영일군에서 태어났으며, 1957년 부친인 이원만 선대회장과 함께 '한국나이롱주식회사'를 설립, 섬유·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지금의 코오롱그룹을 일궜다. 1982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한국경영자상, 고려대 최고경영자교우회 최고경영자대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 경영자로서 숱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