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실리(實利) 대 세력(勢力)

〈제3보〉(32~47)=구리는 1국 승리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농심배 패배 나흘 만에 설욕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꽤 우세했던 바둑을 만들고도 후반 느슨해지면서 역전당했다. 그러나 그걸로 자신감마저 잃지는 않았었다. LG배를 앞두고 냉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수십번 다짐했다. 오늘 바둑서도 중반까지 우세했는데, 또 역전당하지 않으려고 막판에 신중하게 판을 메워나갔다."

백이 좌상귀를 방치한 채 32로 침투한 것은 심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참고1도 백 1은 흑 2의 자세가 너무 좋다. 일단 34까지 가볍게 잽을 넣은 뒤 36에 지켰다. 36으로 즉각 참고2도 1로 달아나는 것은 하책. 6까지 좌상 일대가 시커멓게 변한다. 39도 명당 자리. 백이 먼저 '가'로 두어오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엄청나다.

40은 침착한 지킴. 구리의 대국 콘셉트는 오늘도 1국에 이어 여전히 실리전법이다. 상대적으로 이세돌은 41 이하 45까지 세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세력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보장되지 않는다. 백이 미뤘던 46을 두어 상변 구출에 나서면서 바둑은 본격적인 격랑에 휩쓸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