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경계선 전쟁(戰爭)

〈제4보〉(48~63)=국제대회에서의 연패(連覇)란 매우 어렵다. 도전기 형식으로 치러지는 일부 국내대회와 달리, 전년도 우승자도 남들과 똑같은 자격으로 1회전부터 싸워야 하기 때문. 특히 LG배와 잉씨배는 단 한 명의 연속 우승도 허용하지 않은 전통을 갖고 있다. 지난해 LG배 우승자인 이세돌이 올해 그 징크스를 깰 절호의 기회를 맞고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48 이하 51까지는 본격 탈출에 앞선 선수 행사. 그래 놓고 52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52는 강수로, 참고1도 1은 6까지 압박받아 백이 재미없다. 위아래 흑세가 호응해 중앙이 시커메지기 때문.

그렇다면 53으로 54 자리에 끊으면 어떻게 될까. 참고2도를 보자. 20까지 흑이 망한다는 결론이다. 도중 백 4의 선수가 절묘하게 한몫하고 있다.

62까지는 쌍방 기호지세(騎虎之勢). 백이 상변을 살렸지만 흑도 그 틈을 타 상변이 잘 발효된 찐빵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63은 모양을 키울 때 쓰는 상용의 어깨 짚음. 이로써 실리 대 세력 구도가 더욱 확연해졌다. 서로 겁나는 경계선 전쟁이다. 구리가 고개를 파묻은 채 장고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