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센돌’의 후회

 

〈제5보〉(64~79)=구리는 어떤 점이 강할까. 최근 박정상 九단은 "감각과 포석이 뛰어나다"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형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불필요한 수 읽기를 절제, 최소의 시간으로 최고의 수를 찾아낸다는 것. 하지만 박 九단은 이것이 거꾸로 구리의 약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구리는 또 계산에도 약간의 허점을 노출해왔다. "초반을 잘 버티고 구리의 '간결주의'를 역이용하면 기회가 온다"는 게 박정상이 내린 결론.

일단 64는 어쩔 수 없는데, 뒤이은 66이 대단한 '강심장'의 한 수였다. 만약 흑 '가', 백 '나', 흑 '다'의 쌍립으로 연결하는 수가 성립한다면 66은 엄청난 악수가 되기 때문. 그러나 흑은 상변의 맛이 나쁘다고 보고 결국 그 수순을 결행하지 못했다. 참고도는 하나의 예. 4로 준동한 이후 28 때 29가 불가피, 30을 맞아선 흑이 피곤한 싸움이다(26…20, 27…22).

68이 또 묘하다. 71로 나와 끊어 달라는 주문. 기세에 눌려 69로 물러섰는데 국후 이세돌이 크게 후회했다. 흑 71, 백 '라' 때 흑 '마'로 봉쇄할 장면이었다는 것. 71로 또 한 수를 두었을 때 백이 72 선수 후 손을 빼 74를 차지해선 "흑이 '반 점'가량 놀았다"는 게 그의 탄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