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위기 모면

〈제6보〉(80~91)=이번 결승이 '세기의 대결'로 불렸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 3관왕끼리의 격돌이 바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구경꾼들의 구미를 당겼다. 또 명실공한 한·중 양국 톱 랭커의 맞대결이 양국 국민들의 확고한 '소속감'을 자극했다. 게다가 둘 간의 통산전적마저 7승7패 동률이었으니 모든 흥행조건을 완벽히 갖추었던 셈. 앞으로 세계 바둑행사에서 이처럼 극적인 '결승전 조합'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흑 ▲의 붙임수는 상하 백말의 차단을 담보로 중앙을 틀어막겠다는 뜻. 과연 83까지 왼쪽 출구를 봉쇄하면서 '가'의 단점까지 넘보게 됐다. 백은 14분의 장고 끝에 84, 86으로 약점을 보강했다. 하지만 84에 대해 이세돌은 "백이 만약 이 판을 졌다면 패착으로 지목됐을 수"란 견해를 폈다.

참고1도가 이세돌이 제시한 그림. 7을 당해 중앙이 무너지면 흑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얘기였다. 87에 손이 돌리게 돼 위기를 모면한 셈. 90이 신중하다. 참고2도처럼 손 따라 두는 것은 흑A의 젖힘이 유력한 노림수로 등장한다. 91에 붙여 중원 울타리를 둘러싼 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