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사랑, 최선을 다해도 어쩔 수 없는…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종지부'의 출발은 소통의 부재(不在)일 경우가 종종 있다. 남녀 간의 이별 혹은 이혼, 아니면 유치해 보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내뱉어봤을 법한 절교 등. 마음을 터놓을 적절한 시점을 찾지 못하거나 혹은 이미 쏟아버린 말들을 주워담지 못해 생긴 오해들이 쌓이면서 둘 사이는 차라리 알기 전보다 더 모질고 사나워진다.

9일 개봉할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소통에 대한 미숙아들이 사랑을 표현하고 또 절제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되는 과정을 미스터리, 코미디, 멜로, 드라마, 판타지로 적절히 버무려 맛깔 나게 완성해 낸 작품이다.

장르적 혼합만큼이나 영화 속 캐릭터 역시 단순하진 않다. 전과 3범에 노숙자인 이수강(강혜정)은 한때나마 정을 나누었던 7세 연하 지민(이승현)을 잊지 못해 7년째 쫓아다니는 여인이다. 그녀는 사랑이라 말했지만 상대에겐 스토킹이 되는 것이 수강의 문제다. "그냥 한번 쳐다봐 줬으면" 하던 상대에게 버림받은 뒤, "(사랑을) 시작은 했는데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몰라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그녀가 막무가내로 쳐들어간 곳은 지민의 집이 잘 보이는 병희(박희순)의 집. 병희는 아내의 죽음 뒤 인생의 낙을 잃고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던, 수강과는 또 다른 폐인(廢人)이다. 사랑받는 법을 잊어버린 남자 병희와 사랑을 주기만 하는 여자 수강, 평행선을 타는 이 두 극단적인 캐릭터가 서로 일치하는 고리를 조금씩 찾아가면서 이 영화는 멜로와 드라마의 코드를 입는다.

수강이 남의 집에 들어와 '왜' 병희를 감금을 하고 '왜' 전과 3범이 됐으며 병희가 '왜' 그녀를 돕기로 작정했는지는 영화 속에 어렵지 않게 설명돼 있다. 그 '왜'를 따라가다 보면 감독이 말하고자 한 '내 인생의 중요한 등장인물'과 '운명 공동체'란 어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미국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황수아 감독은 자신이 펼쳐놓은 사랑론으로 관객 전체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버리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이해시키고 소통하는 데엔 성공한 듯 보인다.

43㎏짜리 수강이 그녀의 두 배는 되는 듯한 병희를 어떻게 그렇게 잘 묶어 놨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그러한 감금 구조가 관객들에겐 불편하지 않은 건 입담 좋은 박희순의 코믹함 때문이다. 떡진 머리에 손발톱 때가 새까맣게 낀 모습으로 등장하며 몸을 사리지 않은 강혜정의 변신 역시 캐릭터를 설득시키는 데 한몫 했다.

▶전문가 별점

·친숙함과 낯섬을 교차하는 영리한 시도의 영화. ★★★

― 이상용·영화평론가

·강혜정은 역시 좋은 배우, 박희순은 짐작보다 훨씬 좋은 배우. ★★★☆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