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광활한 중원(中原)

〈제7보〉(92~111)=이세돌에게 이번 LG배 결과가 특히 아픈 것은, 그것이 외국기사에 당한 최초의 결승전 패배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까지 총 14번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단 2패를 기록했을 뿐인데 그 상대가 모두 한국기사들이었다. 구리는 거꾸로 이번 LG배 포함 다섯번 국제대회 결승에 나가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흑이 ▲에 붙여간 것은 95까지 흑 2점을 사석(捨石)으로 중앙을 싸 바르겠다는 뜻. 백 98로는 기분 같아선 참고도 1로 한번 더 밀고 싶지만 좋지 않다. 2가 놓이면 어차피 흑 A의 노림이 재발하기 때문. 적세가 두터운 곳에선 운신(運身)을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둑이다. 흑도 이제는 좌변에 더 이상 맛이 없다고 보고 아낌없이 99를 선수한 뒤 101로 틀어막았다.

108은 당연한 수. 그에 앞서 우상귀 104까지 절대 선수를 먼저 거쳤다. 그러자 흑도 109, 111. 마침내 중앙에 광활한 흑의 울타리가 완성됐다. 절정 고수들답게 필살기(必殺技)를 주고받는 듯했건만 판 위엔 절묘한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이세돌이 진단한 이 시점에서의 형세는 흑의 2집 반 정도 우세. 이대로 마무리될 것 같던 바둑은 그러나 잠시 뒤부터 광란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