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역사적 착각(錯覺)

〈제9보〉(119~130)=119가 이 바둑의 패착이자 이번 LG배의 종막을 알리는 조종(弔鐘)의 한 수가 됐다. "119로는 참고1도 1쪽에서 몰아야 했다. 13 다음 백 A가 불가피할 때 흑 B로 선공에 나섰으면 백 대마가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원성진 九단). 실전은 C에 백 돌이 놓인 상태에서 대마 공격에 들어감으로써 참고1도와 한 수 차이가 났다는 설명이었다.

참고2도에 착각의 비밀이 숨어 있다. 흑 5까지 진행된 후 D의 곳이 호구(虎口)여서 백이 못 들어온다고 본 것. 당대 최고의 수읽기 대가(大家)로 천하석권을 노려 온 이세돌로선 쥐구멍을 찾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착각은 무려 1억7000만원(우승과 준우승 상금 차액)짜리 평생 못 잊을 기억으로 남게 됐다.

망연자실, 125로 눈물을 뿌리며 퇴각하자 백은 126으로 유유히 연결한다. 이제 와서 130에 막아 계가로 가는 것은 패배가 기다릴 뿐이다. 129로 백의 생환을 한사코 막아선 채 중앙 백 대마에 마지막 공격을 노려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일부가 누더기로 변해 너덜거리는 그물에 과연 저 거대한 '흰 고래'가 걸려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