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구름처럼 살다… 청명 임창순 10주기 시(詩)·문(文) 전시회

이번 전시에는 청명의 친필인 지곡서당(芝谷書堂) 현판과 함께 선생의 사진과 각종 유품, 금석문 등이 선보인다. 〈신광수, 관서악부지(關西樂府識)〉는 절친한 친구였던 서예가 유희강(1911~1976)이 발문을 미처 다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청명 선생이 대신 써 내려간 합작품이다.

김호석 화백의 그림에 발문을 쓴 〈퇴옹(退翁) 성철(性徹) 진영(眞影)〉은 팔순에 이른 선생이 사언시(四言詩) 22구로 성철 스님의 면모와 사상을 집약해 해서로 쓴 것이다. 성철 스님의 유명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에 응수한 '山外無山, 水外無水[산 밖에 산이 없고, 물 밖에 물이 없네]'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탁본 수집가로서 청명의 면모도 돋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작품은 광개토왕비 탁본 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꼽히는 〈광서기축본(光緖己丑本·1889)〉. 선생은 이를 통해 일본의 광개토대왕비 위·변조설을 입증했다. 다음 달 10일까지. (02)580-1660

한학자이자 서예가였던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1914~1999)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선생의 삶과 시·문(詩文)을 되짚어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하는 《방랑연운(放浪烟雲) 청명 임창순》전이다.

평생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放浪] 연기와 구름[烟雲]같이 살았던 청명은 학문을 생각뿐 아니라 말과 삶으로 육화(肉化)한 학자였다. 가난 때문에 제도권 학교는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해방 직후 중등교원 자격시험에 합격해 경복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40세 되던 1954년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에 임용됐다.

1960년 4·19가 일어나자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 글씨를 직접 써 가두시위에 나섰으며, 1962년 군사정권에 의해 대학에서 쫓겨났다. 1963년 서울 종로구에 태동고전연구소를 창립해 한문강좌에 주력하던 그는 1976년 경기도 남양주군 수동면 지둔리에 '지곡서당(芝谷書堂)'을 세워 인문·사회과학 전 분야에 걸쳐 빼어난 제자들을 길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