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혹함이 꿈틀대는 뜨거운 영화

똥파리? 영화 제목이 ‘똥파리’라고? 이 매우 ‘싼티’ 나는 제목에 대한 의아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 ‘똥파리’라는 영화가 해외영화제에서 벌써 여러 차례 굵직한 상들을 거머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

그래서 예고편을 찾아 보니 주인공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확성기에 대고 다짜고짜 욕부터 내뱉는다.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이고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배우 등 으레 미리 알고 있어야 할 법한 기본적인 정보가 대충 파악되기도 전에 영화 ‘똥파리’가 우리 곁으로 느닷없이 왔다.

‘떼인 돈’을 수금하러 다니는 어느 사채업자의 행동대장쯤으로 보이는 상훈(양익준)은 정상적인 대화 방법을 잘 모른다. 그의 말은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그나마 그 말도 거의 폭력과 함께였다. 이 대책 안 서는 망나니와는 그 누구도 가까이 하기 싫어하고 우연히도 마주치기를 꺼린다. 한 마디로 ‘똥파리’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 욕쟁이 ‘똥파리’도 어쩔 때는 울컥,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상훈의 착착 달라붙는 ‘생활 비속어’들이 거침없이 발설될 때 관객들은 배설의 쾌감을 느끼는 듯 ‘킬킬’ 거린다. 하지만 간간히 터지는 이 웃음들 사이사이에는 등장인물들의 질식할 듯한 삶의 리얼리티, 그 잔인함이 꿈틀거린다. 이 잔혹한 삶의 리얼리티에 완전히 압도된 관객들은 먹먹해진 가슴을 그나마 상훈이 내뱉는 욕설에 실어 조금이나마 달랜다.

양익준 감독이 전하기로는 외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한국 관객보다 두 배 정도 재미있게 즐긴다고 한다. 분명 영화 ‘똥파리’는 유머러스한 구석이 적지 않지만 ‘과속 스캔들’의 기동이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웃음을 자아낸다. 상훈의 그 비극적인 가족사를 마치 남 이야기 듣듯이 무심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영화 속 이야기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이 대를 이어 반복되고 그로 인해 가족 구성원의 관계가 철저하게 파괴되는 일들은 실제로 대한민국의 어디에선가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그 장면을 보고 마음껏 웃을 수 있겠는가.

영화의 러닝 타임 내내 상훈의 비참한 생애를 지켜보며 숨이 막힐 듯했던 사람들은 캐릭터의 그 무시무시했던 아우라를 걷어내고 환하게 웃는 양익준 감독을 보며 한시름 놓는다. 주인공이자 감독이며 시나리오도 쓴 양익준 감독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세계는 표현할 줄 모른다고 했다. 상훈의 삶 속에 실제 자신의 팍팍했던 지난 삶을 일기 쓰듯 녹여 냈다는 영화 ‘똥파리’는 그래서 그 어느 것보다 뜨거운 영화가 되었다.

4월 16일 현재 보도된 바로 영화 ‘똥파리’가 해외영화제에서 걷어 온 트로피 개수는 9개라고 한다. 영화의 언론시사회가 있던 약 2주 전만 하더라도 8개였는데 ‘트로피 하나 더 추가요’라는 타이틀로 새 수상 소식이 또 도착한 것이다. 이렇게 개봉하기도 전에 번듯한 프로필을 갖게 된 ‘똥파리’는 스타 감독도, 스타 배우도 없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60개에 육박하는 개봉관 수를 갖게 됐다.

4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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