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승자 독식(獨食)

〈총보〉(1~172)=1국에 이어 또다시 이세돌의 완패. 중반 한때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중앙이 뚫리며 백 대마가 떵떵거리고 살아가선 만사휴의였다. 143으로 참고도 1로 막았으면 어땠을까. 그러나 백이 9까지 선수한 뒤 10이면 아직도 흑 포위망에 허점이 많아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대국이 끝날 무렵 청명하던 하늘에서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복기(復棋)가 끝나자 중국 기자들이 세계 4관왕 구리를 에워쌌다. 슬그머니 대국실을 빠져나온 이세돌은 "2대0으로 패할 줄은 나 자신도 몰랐다"는 한마디를 남긴 채 눈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 길로 곧장 귀경길에 오른 것이다.

이튿날 시상식도 구리를 위한 잔치였다. 2억5000만원의 상금보드를 높이 쳐든 중국인 모자(母子)를 향해 플래시가 집중적으로 터졌다. 귀국 후엔 구리 환영행사로 중국 전역이 떠들썩했다고 한다. 그 며칠 이세돌은 결승 첫날 새벽에 도착했던 사건의 중심에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과연 모든 영광과 실속은 승자의 몫(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어떤 승부건 최선을 다해 이겨야만 하는 이유다. 가슴 저린 피날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