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다시 원점에서

〈제1보〉(1~16)=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연륜은 켜켜이 쌓여간다. 뱅글뱅글 돌다 보면 다시 제자리. LG배가 어언 14회째를 맞아 또 한번 출발선상에 섰다. 끝없이 달려온 것 같건만 지난해 이 무렵 그 지점에서 단 한발도 떼지 못했다. 그렇다곤 해도 흐르는 시간 속에 변한 것은 많다. 14년 전 풋풋하던 소년들은 청년이 됐고, 청년은 눈가에 주름살 잡힌 장년으로 변신했다.

아마추어는 프로로 태어나기 전의 알(卵) 같은 존재다. 지금 바둑계의 주역 중 상당 수가 LG배 출범 당시엔 그저 야심으로 가득 찬 아마 유망주들이었다. 오늘 등장한 이 청년들이 몇 년 후 LG배를 들어올린다 해서 아무도 놀라지 않을 시대가 됐다. 세월과 연륜의 힘은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위대하다.

아마추어 대표선발 결승무대를 향해 출발한다. 5로 자기 귀 굳힘 대신 남의 귀에 걸친 것은 요즘엔 흔치 않은 취향. 13까지 최근 유행포석이 번개처럼 놓여졌다. 다음 14의 높은 걸침이 고심의 한 수. 참고1도 1은 6까지 백의 불만으로 본 모양이다. 15의 두터움을 이용한 급공 때 16으론 참고2도처럼 처리한 실전 예도 있으나 요즘은 사라졌다. 흑의 다음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