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역전 우승? 최철한 메이저 첫승?

이창호냐 최철한이냐. 제6회 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컵이 이번 주에 주인을 찾아간다. 결승 5번기 3국까지 최철한(24) 九단이 이창호(34) 九단에게 2대1로 앞선 가운데 23일 대만 화룬(花輪)호텔에서 4국이 벌어질 예정. 2대2 동률이 될 경우 25일 최종 5국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이창호 교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화명 '창빠', 그리고 최철한의 열혈 팬으로 그의 별명까지 따다 쓰는 '독사맨'이 메신저 대화창에서 마주쳤다. 바둑계 소식에 정통한 두 '참새'의 잉씨배 관련 대화록 훔쳐(?)보기.

▲창빠=4년마다 열리는 '바둑 올림픽' 결승에 한국 기사끼리 올라간 게 처음이지? 40만달러라는 최대 상금의 한국행이 확정됐으니 둘 모두 진정한 애국자인 셈이야.

▲독사맨=현재 환율로 5억3000만원 정도인데 한때는 6억원대를 오가기도 했었지. 두 기사 모두 해외 원정 때도 매일 은행에 들러 체크할 만큼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더군(웃음).

▲창빠=잉씨배는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로 우승자가 이어진 한국의 텃밭이었지. 4년 전 5기 대회 결승서 최철한이 중국 창하오(常昊)에게 져 그 전통이 깨진 게 뼈아팠어.

▲독사맨=최 사범이 그 대회 8강전서 이창호를 탈락시킨 뒤 정작 결승에선 중국에 패했었잖아. 당시 좌절감에 일부 팬들의 비난까지 겹쳐 괴로워하다 긴 슬럼프로 이어졌었지.

▲창빠=최철한은 올해 초 맥심배서 우승, 오랜 무관(無冠)에서 벗어나며 슬럼프를 한방에 날렸어. 두 기사의 상대 전적서도 이젠 22승22패로 똑같아졌더군. 2008년 이후 최철한이 이창호에게 4승1패로 선전한 결과지.

▲독사맨=그 둘이 결승서 만났다 하면 최철한이 유독 이창호에게 강했던 것 알아? 번기(番棋) 결승서 6번 맞붙어 최 사범이 4번을 이겼어(별표 참조). 그나 저나 3월 초 벌어졌던 잉씨배 결승 3국 때 충격을 받았어. 신중하기로 소문난 이 사범이 우세한 바둑을 그토록 순식간에 버려놓다니….

▲창빠=아무래도 시간 사용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잉씨배는 주어진 3시간30분이 지나면 매 35분당 벌점 2점씩을 부과하는 독특한 방식이잖아. 이번 4, 5국도 시간 안배가 중요한 변수가 되리라고 봐.

▲독사맨=최 사범의 세계 우승 경력은 중환배(2005년) 하나뿐이야. 첫 본격 세계 제패를 위해 작년 말 이후 모든 초점을 이번 결승에 맞춰왔지. 이번에야 말로 이창호 사범이 후배에게 길을 터 주는 것이 역사의 순리 아닐까. 물론 고의로 져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야.

▲창빠=이 사범으로서도 이번 대회는 절대 놓쳐선 안 될 입장이라고. 현재 갖고 있는 국제타이틀이라곤 마이너급인 중환배 딱 하나뿐이거든. 2005년 3월 춘란배 우승 이후 4년 넘게 준우승만 5번을 했어. 6월 춘란배서도 창하오와 결승을 치를 예정인데 이번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

▲독사맨=문제는 현재 컨디션인데… 최 사범은 비씨카드배(32강전 패)와 후지쓰배(24강전 패) 등 올해 치른 2개 국제기전에선 모두 조기 탈락했어. 지난 주엔 중요한 판 3국을 연속 패하는 등 썩 좋아 보이지 않아. '시집가는 날 등창 나는' 격이 안 돼야 할 텐데….

▲창빠=이창호 사범은 후지쓰배 8강에 오른 대신 비씨카드서는 16강전에서 낙마했지. 아무튼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속담 알지? 총 137회 우승에 세계 제패 23회. 이게 이 사범의 이력서야. 결국 이창호가 역전 우승해 잉씨배 두 번 제패 신화를 만들 테니 두고 봐.

▲독사맨=10년이나 나이가 어리다는 건 바둑에서 상당한 강점이지. 2대1로 앞서 있기까지 하니 우승은 떼논 당상 아닐까? 최철한의 잉씨배 두 번 실패는 없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