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영화팀 '금주의 선택'] 첩보원 커플 "당신 정체가 뭐야"

22일 개봉한 '7급 공무원'(12세 이상)은 '오락 영화'라는 장르의 미덕에 충실한 작품이다. 특별한 감동이나 어떤 교훈을 얻으려는 게 아니고, 우울함을 씻기 위한 선택이라면 이 영화는 즉효적인 '처방전'이 될 수 있다. 주인공 김하늘·강지환의 직업인 국가정보원이 펼치는 작전이라고 보기엔 곳곳이 어설픈 데다, 첩보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첨단 무기나 화려한 자동차 추격장면은 없지만 두 주연배우와 그를 받치는 장영남·류승룡의 코믹 연기는 장치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데 충분하다.

연인 첩보요원 스토리이기에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러한 액션 쾌감보다는 좀 더 아기자기한 웃음을 유발하는 쪽에 가깝다. 제작진은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트루 라이즈'의 코믹함을 연상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첩보물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보다는, 겨드랑이를 간질거리는 듯한 대사로 코믹함을 자극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진지한 표정으로 응수하는 강지환식 코믹 연기도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여행사 직원으로 위장한 경력 6년차 국가정보원 요원 수지(김하늘)가 맡은 임무는 산업 스파이 색출 작전. 그러다 3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 재준(강지환)과 마주친다. 재준은 끊임없는 수지의 거짓말에 '질렸다'며 홀로 외국으로 떠난 뒤 국가정보원 해외 파트 소속 요원이 돼 돌아온 상태였다. 둘은 임무를 위해 서로 맡고 있는 일을 속이게 되고, 오해 끝에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2007년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그린 '검은 집'으로 데뷔한 신태라 감독은 이야기를 적절히 덜어낼 줄 아는 지점을 확실히 아는 것 같다. 충무로에서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몇 안 되는 배우로 손꼽히는 김하늘은 남자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능력을 갖췄음이 틀림없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선 권상우를,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선 강동원을, 드라마 '로망스'로는 김래원을 부각시키더니, 이번 영화에선 강지환의 숨겨진 매력을 한층 돋우는 데 일조했다. 손가락을 꼼질 거리는 '잼잼' 장면이나 "엄마 아들~"같은 애드리브를 뽑아낸 강지환은 어설픈 듯 진지한 국가 요원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데다 '열애설'까지 났던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상에선 두 주연 배우의 불꽃 튀는 화학 작용을 느끼기 어렵고, 캐릭터가 강해 스토리가 다소 묻힌 듯 보이지만 '오락 영화'라는 점을 두고 볼 땐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다.

▶전문가 별점

·잔재미를 끝까지 유지하는 매력. 한방이 없는 아쉬움. ★★★ 이상용·영화평론가

·안일하지만 안전한 착륙. 캐릭터 필살기 하나는 제대로다.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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