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큰 곳, 급한 곳

〈제4보〉(40~53)=유신환은 권갑룡 도장, 정찬호는 김원 도장 출신. 한국기원 연구생을 나와 '야인'이 된 후 두 사람은 양재호 도장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서로 간의 장기나 기풍을 훤히 아는 상황에서 결승전을 치른 셈이다. 양 九단은 두 기사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수읽기 공부를 더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여린 성격도 문제다. 그런 단점들을 보완해야만 입단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달리는 말에 채찍 같은 것.

40으로 '가'에 끊어오면 흑은 참고도 6까지 싸바른 뒤 8로 2단젖힘 한다. 이것은 좌하귀도 얽혀 백이 내키지 않는 그림. 40은 하변 흑세를 삭감하겠다는 뜻이지만 노골적으로 뛰어드는 수도 가능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선악이 불확실하다. 46까지 예정코스. 50 때 51을 소홀히 하면 백 51, 흑 '나'로 중앙이 선수로 봉쇄된다.

52는 실리에 주력한 수. 대세 위주로 둔다면 '다'를 차지하는 수가 정답이었다. 다음 흑 52가 오면 '라'로 귀를 지키는 것. 막상 53 한 방을 맞으니 하변 백 대마의 운신이 순식간에 불편해졌다. '큰 곳'과 '급한 곳' 중 어디를 택하느냐 하는 것은 바둑 두는 사람들의 영원한 고민이다. '현찰'을 택한 백은 어떤 타개책을 준비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