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 정 붙이고 오순도순 살면 그게 가족

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에 나오는 황당한 가족의 모습에서 영화 ‘가족의 탄생’ 속의 기묘하지만 훈훈한 가족까지……. 도덕 교과서 속 삽화 중 하나를 장식할 법한 ‘아빠 곰, 엄마 곰, 아기들 곰’의 전형적인 4인 가족 이야기를 벗어나 참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역시 매우 독특한 사람에 따라서는 충격적일 수도 있는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다루고 있는 가족의 형태가 얼마나 충격적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엄마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 소박하고 털털하게 살고 있는 ‘비혼모’ 언니 명주(공효진)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 나와 서울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동생 명은(신민아)은 엄마의 죽음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아버지가 다른 이 두 자매는 평생 살가운 자매의 정을 나눠본 적 없는 한없이 냉랭한 사이다.

그런데 엄마의 죽음이 어떤 계기가 됐는지 갑자기 명은은 자기 아버지를 찾겠다며 명주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무슨 비밀이 있는지 괜히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아버지 찾는 일을 만류하는 명주. 그러나 결국 자매는 처음으로 함께 길을 떠난다.

짧은 여행을 통해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을 새삼 확인하며 심하게 다투고, 함께 맞담배를 피며 피식 웃기도 하는 이 두 자매는 그 어떤 심오한 사연이 숨어있는 지 모르지만, 천상 가족이다. 여행의 끝에서 아버지에 대한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진 뒤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치는 가족의 모습이 아무리 이색적이라 할지라도 가족은 그냥 가족인 것이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라는 ‘덤덤한 태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비밀을 관객들이 알게 된 후라 하더라도 그렇게 놀라워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참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고,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저 가족은 저렇게 저러한 상태로 둔 채 지나가면 될 일이다.

가족의 비밀과 상처,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여유롭고 발랄하게 살아가는 명주 역을 맡은 공효진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편안하고, 아빠의 부재를 속으로 삭힌 채 악바리처럼 살아가는 명은 역을 신민아가 맡아서 모처럼 안정된 연기를 펼쳐 보인다.

만들어진 지 2년 만에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4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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