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24) 9단이 세계 최고권위의 바둑타이틀인 제6회 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23일 대만 화렌현 메이?(美侖)호텔서 벌어진 결승 5번기 제4국서 최철한은 이창호(34) 9단에게 백으로 184수 만에 불계승, 3대1의 스코어로 대미를 장식했다. 40만 달러(약 5억 4000만원)에 달하는 우승상금도 그의 차지가 됐다.
이날 바둑은 중반까지 도처에 큰 실리를 확보한 이창호의 우세로 진행됐으나 오후로 넘어가면서 이상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우 중앙 절충에서 상대의 착각수가 나오자 거대한 흑진을 헤집고 백의 침투군이 살아버린 것. 이창호는 이후 시간을 물쓰듯 하며 재 반전을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로써 최철한은 한국기사들이 주도해 온 이 대회 우승전통을 4년 만에 이어가며 한국바둑의 새 정상권 주자로 등록했다. 1988년 대만 재벌 고 잉창치(應昌期)씨가 창설한 잉씨배 패권이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를 거쳐 5회 때 중국 창하오(常昊)에게 넘어갔다가 최철한이 그 맥을 이은 것. 최9단은 5회 대회 결승서 창하오에게 1대3으로 역전패, 준우승에 그친 바 있어 그 때의 한까지 후련히 푼 셈이 됐다.
최철한은 이번 우승으로 2005년 중환배 이후 두 번째, 메이저 급으론 첫 번째 세계타이틀을 차지했다. 반면 이창호는 2005년 이후 4년 동안 메이저급 국제대회서 5회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두 기사의 통산전적에선 최철한이 23승 22패로 한 걸음 앞서나가게 됐다.
세계타이틀 판도에선 중국 구리(古力)가 LG배 춘란배 후지쓰배 도요타덴소배 등 최다관왕(4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그 뒤를 삼성화재배와 TV아시아선수권을 보유한 2관왕 이세돌, 잉씨배의 새 주인 최철한, 중환배를 갖고 있는 이창호 등이 추격하고 있다. 오는 6월엔 이창호와 창하오가 제7회 춘란배 패권을 놓고 결승전을 벌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