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진실… 그리고 신문기자

영화가 신문기자를 괜찮은 직업으로 표현한 적은 없다치더라도 제대로 묘사한 적이 과연 몇번이나 있었던가. 30일 개봉할 미국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신문기자를 그나마 현실과 비슷하게 그렸다.

이 수첩 저 수첩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메모들, 스크랩과 메모로 뒤덮인 지저분한 책상, 겉봉만 본 뒤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우편물들…. 그 무엇보다 이 영화 속 신문기자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 당사자의 친구이기도 하다. 실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젊은 미국 하원 의원 스티븐(벤 애플렉)의 보좌관이자 자료조사팀장인 소냐가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언론은 소냐의 사인(死因)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스티븐과 소냐의 불륜 가능성부터 보도하고 나선다.

스티븐의 친구이자 유력 신문의 기자인 칼(러셀 크로)은 자신이 취재하고 있던 총격 살인사건과 소냐의 죽음이 무관치 않음을 알게 되고 심층 취재에 돌입한다. 취재가 진척될수록 국회 청문회를 앞둔 거대 군수기업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칼은 살해 위협까지 받는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과 1차적으로 판단되는 사실 그리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수면 밑 진실을 순차적으로 캐내는 통상의 스릴러구조를 갖고 있다. 2003년 영국 BBC TV에서 시리즈로 방영됐던 원작을 두 시간으로 압축한 이 영화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탄탄해 시종 흥미진진하다.

영화에서 사면초가 신세는 살인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아니라 기자다. 그는 사건 관련 인물의 친구여서 오히려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다. 편집국장은 '기사의 품격보다 발행 부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 경영진을 들먹이며 그를 다그친다.

사건 핵심과 관련없는 가십기사가 다른 신문에 먼저 터지자 그는 '정치인과 친구이면서도 기사를 놓치는' 무능력자로 몰린다. 게다가 온라인 뉴스 기자로 입사한 신참도 계속 옆에서 깐족인다.

그가 사건 핵심에 접근하는 방식은 고전적이다. 사망자의 휴대전화에서 최근 통화번호를 베껴 그 번호들로 무조건 전화를 걸어본다. 정치인은 블로그 뉴스를 신경 쓰지만 그는 "블로그는 허섭스레기"라고 일축한다.

결국 중요 인물을 압박할 자료를 입수한 그에게 노회한 정치인이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묻는다. 그는 "빵 부스러기(crumbs)를 따라왔다"고 답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편집이 끝난 신문이 인쇄·포장돼 배달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실제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 장면을 촬영했다. 윤전기에 걸린 필름에 잉크가 묻고 인쇄가 시작된다.

반으로 접힌 신문이 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옮겨져 묶음 단위로 포장되고 트럭에 실려 새벽길로 나선다. 매일 밤 신문사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이 영화에 몰입한 관객에겐 짜릿한 쾌감을 준다. 그 신문에 진실이 인쇄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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