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현, "아나운서 출신 아닌...작품 배역으로 기억 되고파"

"최송현이라는 이름이 아닌, 작품의 배역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KBS 2TV ’상상플러스’의 MC로 인기를 누린 아나운서에서 밑바닥 신인 배우로 변신한 최송현.

최근 개봉한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 주인공 이강준(김래원)을 도와 사기극을 벌이는 팜므파탈 공수정을 연기했다.

그녀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의문은 가시질 않는다. 지난해 여름 방송국을 나올 때 최송현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대중의 평가와 내 자신의 생각이 달랐다. 남들은 왜 모든 걸 버리고 아무 것도 없는 신인 배우가 됐냐고 말하지만 내 입장에선 오히려 그 반대다. 고작 첫 작품을 한 신인 배우지만 내게는 이게 더 소중하다.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다."

혹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포기한 기회비용, '남의 떡'이 더 커 보인 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진 떡도 작지 않았다. 그걸 가지려면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은 지도 안다. 내가 못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원래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고, 다른 일을 선택해 봤지만 역시나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깨달은 거다."

최송현은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엄정화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를 주의깊게 지켜봤다.

"평소에 참 나에게 잘해줬다. 볼 때마다 '어머, 머리 예쁘다, 그새 살 빠졌네?'라며 늘 살갑게 대해줬다. 근데 어쩌다 촬영 현장에서 보면 (사악한 배태진 회장을 연기하기 위해) 갑자기 악녀로 확 변한다. 그 짧은 순간에 배역에 완벽히 몰입하는 거다. 참 멋있다고 느꼈다. 감독님이 말씀했다. '얼마나 좋은 기회냐, 저렇게 좋은 선배를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카메라 앞에 서있을 때뿐만 아니라 스태프에게 던지는 농담 한마디도 배워라'라고." '인사동 스캔들'은 그녀의 "첫사랑"이다. 늘 관객이 되어 영화를 봤던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극장 스크린에 올라오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신입사원이 회사 들어가자마자 '난 이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돼야지' 이런 계획은 못 세우지 않나. 일단 그 회사에 합격한 게 즐거운 거다. 나 역시 배우가 된 게 즐겁다. 앞으로 좀 더 해봐야 어떤 배우가 되고 싶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잡힐 것 같다. 지금까지는 최송현이라는 이름 자체에 이슈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작품이 끝나면 그 작품의 배역 자체로 더 알려지고,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