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미술관 '한국전(展)' 뒤엔 이들 있었네

미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정도련씨가 최근 뉴욕현대미술관(MoMA) 학예관(associate curator)에 임명된 것처럼 한국 출신 큐레이터들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고흐를 비롯해 인상파 작가들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이곳에는 현재 《한국 르네상스 미술(Art of the Korean Renaissance, 1400-1600)》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초기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로 뉴욕타임스 3월 20일자에 리뷰가 실릴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이소영 학예사(assistant curator·38)이다. 이씨는 "전시에서 한국의 분청사기를 제대로 소개했다"면서 "3년간 준비한 전시인데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이씨는 2003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발탁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미술을 담당하고 있다. 이씨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전 세계의 미술을 보여주는 곳으로, 그 속에서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 미술 특별전을 시리즈로 기획하고 영문 도록을 발간해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의 중요 미술관으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 (LACMA) 은 오는 9월 한국관을 연다. 이전에 있었던 35평 규모의 '한국실'을 175평 규모의 '한국관'으로 확대한 것인데 이 작업을 주도하는 사람은 김현정 학예관(42)이다. 김씨는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를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샌타바버라)에서 중국미술사로 석사를 받은 뒤 2006년부터 LACMA에서 일하고 있다.

김현정씨는 2008년 '그림: LACMA 소장 대표 한국 회화'를 웹(web)에서 전시하고, 'LACMA에 소장된 한국의 미술'을 주제로 글을 쓰는 등 한국 미술을 알려왔다. 김씨의 노력이 반영돼 올해 LACMA가 정한 3대 주력 사업 중 하나로 '한국 미술 프로그램 강화'가 선정됐고, 한국관의 위치도 관람객의 왕래가 많은 해머빌딩 1층으로 정해졌다.

김씨는 "LACMA뿐 아니라 LA 교포 사이에서도 한국 미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한국현대미술 특별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숙경씨가 영국 리버풀의 테이트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내년 백남준 특별전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일하는 한국 큐레이터가 크게 늘었다"면서 "그만큼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