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는 자장면 한그릇 생각나는 영화"

"영화 끝나고 다 같이 자장면이나 먹으러 갈까요?"

영화 '김씨표류기' 언론 시사회가 28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김씨표류기'는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김씨(정재영)와 자신의 방 안에서 처박혀 인터넷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는 여자 김씨(정려원)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정재영은 섬에서 우연히 인스턴트 자장면 스프를 줍는다. 그는 자장면 면발을 만들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다.

이해준 감독은 "영화 보고 집에 갈 때 자장면이 생각나는 영화, 혹은 자장면을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밤섬에 표류한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한 것에 대해 "서강대교를 우연히 지나다 화려한 시티라이프 밑에 어둡게 자리잡은 섬을 보고 대도시 한복판에 저런 섬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누구나 무인도에 한 번쯤 사는 것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지 않나. 그런 욕망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영화의 특성 상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상대 배우 없이 혼자 모든 장면을 찍었다.

정재영은 "처음 밤섬에 도착해서 찍는 순간부터 모든 게 낯설었다. 감독님과도 스태프도 대부분 처음이고 아는 배우도 없었다. 경계심도 생기고 외로웠다. 촬영을 하면서 밤섬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촬영장에도 익숙해지고 사람과도 친해지고. 밤섬이 마치 자주 놀러오는 곳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바지를 벗을 땐 스태프도 신경 쓰이고 계속 벗고 찍어야 하는데 큰일났다 싶었다. 처음엔 구석진 곳에서 벗고, 촬영할 때만 잠깐 벗고 그랬는데. 나중엔 익숙해져서 훌떡 벗고 돌아다니고. 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흘러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근데 지금 다시 보니까 완전 창피하다"며 웃었다.

정려원은 "혼자 연기하다 보니까 감정이 올라오지 않거나 그럴 때는 굉장히 외로웠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모든 스태프가 나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나는 계속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나 대신 연기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굉장히 외로웠다"고 말했다.

정려원은 또 여자 김씨를 보며 느낀 매력 포인트에 대해 "이마에 난 흉터가 가장 매력적이었다"며 "여배우가 언제 그런 분장을 해보겠나"라고 말했다.

정재영은 촬영 중 가장 굴욕스러웠던 경험에 대해 "밤섬과 비슷한 강변을 헌팅해서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스태프들 모두 밥 먹으러 가고 나 혼자 짐을 지키고 있을 때 카누 비슷한 걸 타고 누군가 오더니 강변에 정박을 하고 걸어오더라. 그분들한테 '여기 들어오시면 안된다'고 말했더니 그 분들이 흠칫 놀라면서 황급히 떠나더라.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 모습이 정상이 아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놀라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다음달 14일 개봉한다.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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