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그림복원 전문가-외톨이 등 특이한 캐릭터 스크린 접수

'튀어야 산다.' 특이한 캐릭터를 앞세운 한국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4월 30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화제작 '박쥐'의 주인공 송강호는 뱀파이어다. 그것도 성직자인 신부에서 어느날 정체 모를 약을 먹고 악의 화신인 흡혈귀로 변신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공포 영화에서 낯익은 그런 괴물형 뱀파이어는 아니다. 갈등하고 번민하는 인간의 욕망을 집약한 캐릭터다. 상대역인 김옥빈의 성공적인 연기변신, 송강호의 파격적인 노출 장면이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면서 팬들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역시 4월 30일 개봉한 김래원 엄정화 주연의 '인사동 스캔들'에는 그림복원 전문가가 등장한다. 신선하면서 전문적인 직종이다. 최근 미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하고, 명작의 표절 시비 역시 심심찮게 뉴스의 소재로 등장하는 시점에서 인사동으로 대표되는 미술계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정려원 정재영 주연의 '김씨 표류기'에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나온다. 극중 정려원은 방에 틀여박혀 오로지 인터넷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괴짜다. 실의에 빠져 여의도 밤섬에 표류한 김씨(정재영) 역시 만만찮은 캐릭터다. 세상과 동떨어진 인물들을 내세워 소통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은 이미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7급 공무원'의 김하늘 강지환은 국가정보원 비밀 요원이다. 연인이지만 서로 정체를 모른다는 설정에 숨가쁜 액션신을 넣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상반기 화제작인 '그림자 살인'의 황정민은 '조선 최초의 탐정'이다. 의생 류덕환과 호흡을 맞춰 명탐정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 '우리 집에 왜 왔니'의 강혜정은 '4차원 노숙녀'라는 비일상적인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해 눈길을 모았다.

한국영화에서 소재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침 5월엔 '엑스맨 탄생: 울버린' '스타트렉 더 비기닝'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물량 공세가 시작된다. 할리우드 대작들과 맞서 독특한 설정과 소재를 무기로 한 한국영화들이 어느 정도 선전할 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