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변수(變數)

〈제10보〉(116~130)=아마 최고수급 기사쯤 되면 어떤 프로 강자도 두려워하지 않는 시대다. 18세 '정년'을 지나 연구생에서 퇴출된 뒤 뒤늦게 입단한 한상훈이 12회 LG배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니 그럴 만도 하다. 프로 정상과 아마 최강자들 간의 실력 차가 2점 안팎이던 20년 전을 회상하면 격세지감을 감출 수 없다. 프로의 문호는 그대로인데 지망생 수는 계속 늘어왔고, 그러다 보니 뛰어난 준재들이 아마계에 적체(積滯)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118로 120에 단수치고 우중앙 흑진으로 진격하는 것은 중앙 백이 위험해진다. 따라서 127까지는 거의 필연. 여기서 간격이 더 벌어졌다. 흑의 세밀한 테크닉이 돋보인다. 도중 122, 124는 백의 권리. 124로 치중해 두는 것이 약 2집짜리 끝내기다.

우상귀에서 재미있는 변화가 발생한다. 128에 흑 '가'면 백 130으로 수가 나므로 129에 먹여쳐 참고도처럼 처리하는 것이 보통의 진행. 하지만 7까지 마무리된다고 보면 이것은 백이 '얌전하게' 반면(盤面) 10집가량을 앉아서 지는 그림이다. 그래서 돌연 130의 괴초식(?) 반발수가 등장했다. 혹시 승부의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 나른하게 마무리를 서둘던 반상(盤上)에 아연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