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5.01 09:13

◇ '김씨표류기'
#장면1

남자(정재영)는 넥타이를 나뭇가지에 묶었다.

두번째 자살 시도다. 목을 줄에 거는 순간, 갑자기 아랫배에서 음식물 찌꺼기의 섬렬한 소용돌이가 느껴진다.

"아흑." 외마디 비명과 함께 넥타이 대신 바지춤을 붙잡는 남자. 수분이 과다 함유된 배설물은 땅바닥에 떨어진 뒤 반동으로 튕겨나와 엉덩이를 2차 오염시킨다.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정재영이 관객들을 향해 엉덩이를 훌러덩 내리는 순간이다.
◇ '박쥐'
#장면2

영화 '박쥐'의 신부(송강호)는 수혈 한 번 잘못한 죄로 뱀파이어가 됐다.

친구의 아내(김옥빈)를 사랑하게 된 그는 신부의 옷을 벗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이제 모든 쾌락을 갈구한다"고 말하는 신부는 자신을 믿고 따르던 여신도를 겁탈한다. 이때 다른 신도들이 나타나고 신부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의 성기는 화면에 그대로 노출됐다.

남자 배우들의 노출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영화 '쌍화점'의 조인성-주진모 커플가 불붙인 남자 배우들의 노출 연기가 흥행가도의 중요 공식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5월 개봉을 앞둔 '김씨표류기'를 비롯해 박찬욱 감독의 '박쥐',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더 리더:책읽어주는 남자'가 노출 대결을 펼치는 화제작들이다.

▶송강호 성기 노출에 정재영 엉덩이로 맞불

최근 열린 '김씨표류기'의 시사회장 분위기는 유쾌했다. 정재영은 "나도 나름대로 은밀한 곳을 노출했지만 12세 관람가가 나왔다"면서 "내 엉덩이는 청소년에 무해한 엉덩이"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송강호가 영화 '박쥐'에서 파격적인 성기 노출로 뜨거운 반응을 얻자, 본인 역시 엉덩이 노출로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송강호 역시 정재영의 남자 김씨역이 탐냈다. 그는 '김씨표류기' 시사회에 참석해 "김씨표류기 시나리오가 좋다고 소문나 나를 포함한 많은 배우들이 탐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쥐'는 4월 30일 개봉했고 '김씨표류기'는 5월 14일 개봉한다. 송강호는 "'박쥐'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니 한 번 겨뤄보자. 함께 경쟁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고 너무 기대된다"며 경쟁의식을 불태웠다.

▶배우의 노출, 흥행 키워드

배우의 노출은 영화의 중요한 홍보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박쥐'의 제작사 측은 "(4월 29일 현재)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상망 42.94%, 영화 예매사이트 티켓링크 45.29%, 인터파크 42.55%, 예스24 34.2', 맥스무비 28.54% 등 전 예매사이트에서 1위를 석권했다"고 밝혔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의 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괄목할 만한 예매 점유율이다. 박찬욱 감독이라는 프리미엄과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소식 외에도 송강호의 파격 노출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3월 26일 개봉한 영화 '더리더'는 4월 말 현재까지 약 44만명을 동원했다. '더리더'는 2차대전이 휩쓸고 간 독일을 배경으로 36세 여인(케이트 윈슬렛)과 15세 소년(데이빗 크로스)의 뜨거운 사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로도 열 다섯 살의 나이차이가 나는 두 배우는 영화 초반부에 파격적인 알몸 연기를 펼치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수입사의 관계자는 "올해처럼 극심한 영화 비수기에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가지고 40만을 넘었다는 점은 분명히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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