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성동격서 (聲東擊西)

〈제11보〉(131~157)=일단 흑은 131로 따낼 수밖에 없다. 132, 134를 거쳐 135의 파호(破戶)도 당연하다. 결국 136으로 △ 자리를 따내 패(覇)가 됐다. 사실 뭐 엄청난 변화도 아니다. 두 대국자 수준쯤 되면 한눈에 읽어두었던 수순들. 패가 난 이상 문제는 팻감이다. 대개 바둑이 불리한 쪽이 팻감은 더 많은 법인데, 과연 이 바둑도 그럴까.

143에 받아주다 보면 한이 없다고 보고 백 144로 따냈다. 뒤이어 붙여간 147이 또다시 멋진 감각. 이 수의 진가는 몇 수 더 진행된 후에야 나타난다. 일종의 기대기 전법으로, 흑의 진정한 노림은 중앙 백에 대한 공격에 있다. 흔한 바둑용어로 성동격서(聲東擊西)요,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이다.

부분적으론 참고도 1, 3으로 받을 장면. 하지만 4까지 외곽 정비 후 6으로 창 끝을 겨누면 중앙 백이 견디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148 굴복이 불가피할 때 149가 또 절대 선수다. 결국 156까지 흑은 맘먹은 대로 각본을 진행한 뒤 157로 기세 좋게 틀어막는다. '가'의 약점 따위는 아랑곳 않는다는 태도. 중앙의 너덜너덜한 백 무리들은 어떻게 되나? (136 142…△, 139…131)